“우리의 건설 글로벌 경쟁력이 7위라 말하지만 설계와 프로젝트관리 기술 경쟁력은 턱없이 낮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분리발주 확대 등  CM제도 개선과 토목분야 적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내 건설사업관리(CM) 제도는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적용 공사의 9할 이상이 건축공사일 만큼 토목공사와 공종간 적용편차가 크다. 그동안 국내에서 토목사업에 CM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조차 찾기 어렵다.

건축공사가 제한된 작업구역 내의 반복적인 작업으로 CM 적용이 용이한 점과 민간공사에 의한 비용투자 결정의 신속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 구조이다. CM 분야는 건설선진국과 가장 많은 기술격차를 갖는 분야의 하나로서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될 때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과거 책임감리가 도입되면서 감리의 권한과 책임문제 등이 주요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으나 20년 이상 시행하면서 우리의 독자적인 사업관리 형태로 발전된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 사업시행 형태가 복잡화, 대형화되면서 감리 이상의 사업관리 형태가 필요하게 됐고 CM은 적절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토목 분야 CM 도입의 큰 장애요인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감리제도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관련 정부부처에서 CM과 감리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발주기관에서는 자체 사업관리업무와의 중복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CM 적용의 관점에서 보면 활용성 논쟁이 20년 동안 거론되었지만 이 정도의 인식밖에 안 되는 이유에는 건설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우리만의 감리제도와 발주 전문기관의 조직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토목공사 CM 적용성 개선을, 발주제도 개선 측면에서 보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분리발주방식을 사업특성에 따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종합건설사가 단독 수주해 하도급을 시행하면서 사업관리자 역할을 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고, 프로젝트 공종별로 분리 발주돼 전문성 있는 다양한 원청사들로 공사가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분리발주에 따른 발주기관의 업무량 증대와 다양한 계약에 의한 공종 간 사업관리 등의 업무를 CM이 수행하도록 하면, 예산절감과 공종별 전문성 확보에 의한 품질향상 및 원도급사 직접수행에 의한 책임시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분리발주방식은 하도급물량의 원도급방식 전환으로 전문건설기업의 공사참여도 증대와 역량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설업역 개선 측면에서 보면 토목공사는 생애주기의 시공단계 역할이 크므로 CM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공사에서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시공사에서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CM이 시공을 책임질 수 있는 시공책임형 계약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즉 CM사에서 시공과정까지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시공사의 시장 업역을 CM과 직접적 관계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약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장기계속공사 계약제도 폐지가 필요하다. 초기 5년 공기의 프로젝트가 국가 예산문제로 10년이 소요되는 사례가 빈번한 토목공사에서 CM의 효과적 적용은 불가능한 것이고 적용 의미도 없다. 계약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공사발주물량을 줄여서라도 예산확보를 하면서 장기계속공사 계약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과거 4대강사업이 공기와 사업비가 명확히 고정돼 토목 분야 CM효과의 예측이 가능한 대표적 사례였으나, 감리대비 추가 비용발생과 예측 효과의 불명확성 등의 이유로 시행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건설 글로벌 경쟁력이 7위라고 하고 있으나 시공기술대비 설계기술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고, 프로젝트관리기술의 경쟁력은 더욱 낮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건설경쟁력 20위 이내의 국가들에서 설계와 프로젝트관리기술의 수준이 이만큼 차이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CM제도의 인식개선과 토목 분야 적용 활성화로 건설공사전반에서 사업관리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토목 분야 CM활성화를 위해 국회청원, 대통령령 제정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계약 및 발주제도의 개편과 예산 증액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발주기관에서는 실제 적용효과 측정이 가능한 다양한 공종의 CM 시범사례들을 추진해 적용성을 적극 검증해야 하고, CM기업에서도 발주요구 이전에 CM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차원의 실체적 역할제공도 필요하다. 해외건설 5대강국 실현을 위해서 선진 사업관리기법의 함양이 절대적 명제라면 빠른 시기에 정부, 기업, 학·협회, 연구계 모두가 참여하는 ‘건설사업관리 선진화 위원회’가 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인석 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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