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은 규모는 작지만 당당한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을 말한다. 독일의 초일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저서 ‘히든 챔피언’에서 비롯됐다. 히든 챔피언이 중요시 하는 것은 장기적 전망, 기업의 집중력, 세계시장 등이다. 본사 직원이 수십 명에 불과해도 100개가 넘는 해외지사를 거느린 경우도 많다.

우리 전문건설이 단종공사업이라는 명칭으로 한데 모인지 40년. 중년으로 넘어가는 만큼 쌓인 연륜과 ‘전문’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지금쯤 히든 챔피언 기업 몇 개쯤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기업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또 우리는 왜 아직도 종합건설의 하도급업체로 상하 수직관계에 따른 불공정행위의 희생양이라는 오래된 패턴을 끊지 못하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선규 명예교수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건설정책저널’ 여름호에 게재한 논단 기고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전문건설사를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성장·육성시키기 위해서는 기본 요건의 충족과 성숙된 차원의 전문성 제고를 통해 충분한 역량이 갖춰지고 기술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이들에게도 하도급에 국한되지 않는 원도급의 수주기회가 증대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적용범위를 현행 3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 교수는 더 나아가 지난 4월 입법예고된 규칙개정안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한 이해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못 박으며,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가 ‘건설 산업 발전을 위한 공영의 교두보 마련’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전문건설사들이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미래 가치 창조의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본 것이다.

조 교수의 글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히든 챔피언 전문건설사를 찾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종합건설사의 관리를 받는 수직관계 형태의 하도급거래 특성상 히든 챔피언 전문건설사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술개발과 전문가 양성 등 역량을 갖출 기회가 박탈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은 요원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건설의 히든 챔피언이 되려면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과 원천기술의 확보, 기술력과 전문성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직적 상하관계에서는 미래를 위한 발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종합건설사들이 잠재적 경쟁상대를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건설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가는 자세를 견지해야만 한다. 나만 배부르겠다는 태도는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전문건설에게도 원도급 기회가 증대돼야만 미래를 위한 투자로 히든 챔피언이 양산될 수 있다. 그 길이 우리 건설 산업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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