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저렴한 공공주택은 없다. 지난 8월30일부터 공공주택(옛 보금자리주택)에 공급하는 택지는 원가가 아닌 감정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주택 분양가가 높아져서 주변시세와의 차이가 줄어든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업무처리지침’(옛 보금자리주택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에는 ‘60㎡ 이하 주택용지’를 조성가격이 아닌 감정가격에 공급하도록 하고 ‘60㎡ 초과 85㎡ 이하 주택용지’의 공급가격은 조성가격의 1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단서가 삭제됐다. 이같은 조치는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반값아파트 정책의 종말을 뜻한다.

보금자리 주택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 공공주택 정책이었다. 그린벨트를 푼 땅에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연간 15만호씩, 모두 150만호를 분양 혹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린벨트를 풀었으니 땅값은 쌌고,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에 분양이 가능했다. ‘로또아파트’라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오히려 보금자리 주택이 주변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타운 건설 등 자산가치를 높여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안고 탄생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애초에 채택하기 힘든 정책이었다. 2009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떨어지자 애꿎은 보금자리주택이 공격을 당했다.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주변 시세가 떨어지면서 자산가치가 급락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보금자리주택이 첫 공급된 강남, 서초의 불만이 컸다.

이명박 정부는 핵심 지지층의 불만을 그대로 안고가기는 어려웠다. 2012년이 되면서 보금자리 주택 공급물량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나왔다. 2013년 박근혜정부로 바뀌자마자 보금자리주택은 공급축소 결정이 내려졌다. 당초 1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무산됐고, 27만호 공급으로 쪼그라들었다.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명칭도 사라졌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지금까지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은 겨우 2만호다. 2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으로 주변시세를 끌어내릴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주변시세에 편승해 보금자리주택의 가격이 올랐다. 2012년 9월 보금자리주택 중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세곡동 ‘LH푸르지오’의 경우 분양가 2억2000만원이던 전용 59㎡형은 최근 시세가 6억원에 달한다. 전세가가 4억5000만원으로 분양가의 2배다.

지난달부터 차례로 전매제한이 해제되면서 4억원 내외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됐다. 공공의 자산인 그린벨트를 풀고, LH의 부채를 늘려가며 저가로 공급한 아파트의 이익이 입주자에게 모두 돌아가는 ‘로또아파트’가 된 셈이다. 주택정책 철학 없는 정부가 오락가락하면서 빚어낸 참극이다.

보금자리주택 실패는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커 보인다. 당장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행복주택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도 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명박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현 정권 말기까지 행복주택 14만 가구 모두 사업승인을 낼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말뚝’을 박은 셈이 돼서 다음 정권이 돼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뉴스테이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려스러운 것은 사업 폐기가 아니라 반쪽자리 사업추진이다. 차라리 폐기가 되면 새 정책을 펼 수 있지만 사업은 사업대로 하면서 힘을 빼면 더 이상한 결과물이 남게 된다.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도 정권 말기에 가서나 성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 주택도 그랬다. 왠지 예사롭지 않아 보이지 않은가.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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