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편중 등 사회문제를 내가 바꿀 수는 없다 해도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해 우선 나부터 변해 보자. 약자 배려, 갑의 행태로부터 벗어나기 등은 개인이 각자의 역할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수확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푸짐하고 느긋해진다. 한 해 땀흘려 노력하고 애쓴 보람이 열매를 맺으니 오죽 기분이 좋으랴.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부정적이고 안 좋은 소리 일색이다. 노소를 불문하고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탄식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좌절감에 울분을 토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경기침체나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부의 편중이 아닌가 한다. 그 결과 청년실업이 양산되고 소득의 양극화가 고착돼 각종 사회 갈등과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미래의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게 되지 않나 우려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을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데에 있다. 개인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사회문제는 이 외에도 주택, 인구, 결혼, 청소년, 여성, 노인, 가정, 범죄, 도시 문제 등 무수히 산적해 있다.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지 사회문제는 항상 있는 법이지만 작금의 현상은 어느 하나 좋은 면보다는 안 좋은 면이 부각되고 늘어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는 개인의 무능력이나 불성실 등과 같이 문제에 기인한다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모순이나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시간과 문명의 변화에 따라 사회구조나 제도도 맞추어 변화돼야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고 병이 있으면 약이 있듯이 사회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문제의 답을 찾는 해결자는 누구인가? 바로 정치다. 문제해결자로서의 한국정치의 현주소는 어떤가. 좋게 말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꾸준한 토론과 타협을 통해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치다. 정치는 정치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 국회, 정부, 사회단체 등 다양하며 결국 그 뿌리는 국민이다. 정치를 욕하며 안주거리로 삼을 수는 있지만 결국 국민이 변해야 욕먹는 정치도 변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수준을 대변한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또한 현실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역으로 정치에 대한 고질적인 불신이나 무관심은 오히려 사회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개인의 대응 방법은 극히 염려스럽다. 묻지마식 폭행이나 자해, 인터넷의 익명에 숨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화풀이해대는 행태는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본인은 쉽고 빠르게 욕구를 해소할지 모르나 꼼짝없이 당하는 입장은 더없이 고약하고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물론 사회문제의 직·간접적인 피해자에게 긍정적인 사고나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평, 불만을 들어주고 위로도 필요할 것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사회구조나 제도로서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부분이자 정치가 할 역할이다. 청년실업문제를 비롯한 노동구조의 개혁이나 전세난 등 각종 사회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정치권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 또한 집합된 국민으로서 힘을 모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나부터 우선 긍정적으로 되는 연습을 해 보자. 약자에 대한 배려, 내 것만큼 남의 것도 챙기는 여유, 갑의 행태로부터 벗어나기, 감정보다는 이성을 통한 토론 능력을 배양하는 것, 잘못된 습관을 고쳐 나가려는 노력 등은 개인으로서 각자의 역할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사회문제의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사회문제를 내가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선 가능한 나부터 바꿔 보자는 것이다.

어느 한 친구와 겪은 에피소드가 와 닿는다. 정육점을 같이 하는 식당에 시간이 좀 늦게 도착하다 보니 진열대에는 고기가 몇 팩 남아 있지 않았다. 다들 남은 고기라 맛이 없을테니 다른 식당으로 가자고 했지만 그 친구의 한 마디에 모두 그 식당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은 것이다. 그 친구 왈, “야! 오늘 진짜 맛있는 고기를 먹게 생겼네, 요렇게 진열대에서 제대로 숙성돼야 고기 맛이 살아나지!” 이 멘트 한 마디에 고기 맛이 달라지고 식당주인의 만점 서비스도 추가될 줄이야.    /김형수 법제처 경제법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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