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혹한기를 견뎌내고 오랜만에 온기를 되찾은 부동산시장에서 분양권 거래로 재미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도 아파트 분양에 청약했다 당첨된 후 분양권을 전매해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사람들 소식이 부쩍 더 자주 들린다.

말이 수천만원이지, 웬만한 직장인들이 이 돈을 모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수년은 모아야 하는 거금이다. 부동산 거래를 매매를 통해서만 해 온 필자 부부도 최근에야 각각의 명의로 주택청약통장에 가입했다. 분양에 당첨되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좋은 집으로 옮기려는 실용적 생각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 수 있으면 팔자는 속물적인 계산이다. 비단 필자뿐 아니라 국민 상당수는 분양시장 활황으로 분양권 전매 차익을 기대하는 단기 투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통계치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한 일간 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 1순위자는 847만7861명으로 전체 가입자(1686만5858명)의 50.3%를 기록했다. 1순위자 비중은 올 1월 34.6%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1순위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분양 시장 열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1순위 자격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은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지고 서울 등 수도권은 지난 3월부터 1순위 요건이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수요까지 늘면서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2.33 대 1로 4.54 대 1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더 치열해졌다. 분양권 거래 건수도 폭증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거래량의 24.7%가 분양권 전매 거래였다. 이는 대세 상승기로 불리며 부동산 거품이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2006년의 15.6%보다 9%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전매 거래는 10만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분양권 거래 시장은 분양된 아파트의 시세가 계속 상승만 한다면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돈을 버는 이상적인 구조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자산의 가치가 무한정 오르는 경우는 없다. 저금리와 전세난에 따른 현재의 단기적인 부동산시장 활황은 건설사들의 과도한 물량 밀어내기로 공급이 과잉돼 내년 하반기 정도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손바뀜을 통해 거품이 낀 분양권이 터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럴 경우 무리하게 분양권 거래에 나선 보유자들은 거래도 끊기고 입주할 자금 여력이 안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냉각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매제한 조치를 과감히 완화했고 부동산 ‘불씨 살리기’라는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다. 그러나 분양권 거래 과열은 정부로서도 큰 부담으로 점차 다가올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의 꽃으로 불리던 세종특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2015년 3만1456호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입주하며 2010~2013년까지 매년 5% 이상이던 집값 상승률이 2014년 -0.1%로 추락했다.

금수저를 물고 나지 않은 이상에야 모두들 어렵게 일군 자산이다. 큰 손실을 입지 않도록 소탐대실을 명심하며 신중한 분양권 거래를 당부한다.  /한국일보 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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