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의 하도급대금은 하도급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건설근로자, 자재를 공급하는 자재업자, 장비를 임차하는 경우 장비업자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원천이 된다.

건설산업은 전문화·분업화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을 특성으로 하고 있으며 공사대금이 원활하게 지급되지 않으면 순환 과정에서 혼란이 생기고 거래 상대방은 흑자도산의 위험에 빠진다. 이 같은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 국가계약법 등 건설 관련 법률에는 하도급대금 지급 절차와 방법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위반하면 강력한 처벌규정까지 마련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토교통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도로공사 등 대표적 건설공사 발주기관에서 하도급대금 미지급이 발생한다는 것은 공적분야 발주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본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토부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방국토관리청과 4대 공기업이 지난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적발한 원청업체의 하도급 공사대금 지급 위반 금액이 무려 7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금액이 이 정도이니 밝혀지지 않은 금액까지 합치면 위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도급대금 체불액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도로공사가 22건에 495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2건에 86억1700만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7건에 36억7900만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3건에 35억5400만원,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5건에 18억3400만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3건에 10억9300만원,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3건에 3억8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하도급대금 체불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도 공공기관들이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데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공 발주처가 공익적 차원에서 하도급 관계에 직접 개입해 하도급계약이 적절하게 이행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시정조치하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국가계약법령과 자체 규정에 따라 위반사항을 발견한 경우 즉시 관계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위반사례가 통보되면 지자체는 시정명령과 과태료부과,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하고 공정위는 경고와 시정조치 등 후속절차를 밟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하도급위반 사례가 점차 개선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들이 하도급계약 위반을 적발하고도 자체 종결 처리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수수방관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LH의 사례가 현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LH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하도급계약 위반사항 335건을 적발하고도 그중 69.5%인 233건에 대해 위반행위를 업체가 자진시정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조차 하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

이 같은 사유로 공공공사에서 하도급으로 참여한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은 연간 260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전문건설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부도나 자금난으로 건설업 등록증을 자진 반납하고 폐업한 전문건설업체 수는 2012년 2632개사, 2013년 2808개사, 2014년 2508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위반사례가 은폐된다면 무용지물이다. 공공발주처들이 책임감을 갖고 하도급사를 비롯한 약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무안신안·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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