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과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국회의원 겸직 장관으로 지난 3월16일 취임할 당시 이미 “길어야 10개월”이라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빛의 속도 단명(短命)에는 그 비아냥이 무색할 따름이다.

유 장관도 짧게 간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국토부 홈페이지의 장관 인사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통상적으로 장관들은 인사말로 임기 중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얘기한다. 하지만 유 장관은 국토부 고유 업무만 기계적으로 나열해 놨다. 국정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갈 의지나 시간이 애당초 없다는 것을 무심코 내비친 것이다.

사실 어느 부서 장관이든 7개월 동안 이렇다 할 업적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정해진 국정 수행이 아닌 자신의 색깔을 담은 국정 능력을 발휘하려면 정책구상과 그에 대한 예산편성, 치밀한 집행 등의 순서를 따라야 하는데 7개월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업무파악과 부처 장악이나 제대로 했을지 의문이다. 

이제 새 장관이 왔으니 7개월짜리 장관의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토부 고유 업무라도 최고 책임자의 정책방향과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올 수 있다. 출범을 앞둔 강호인호(號)는 단명 장관이 경력관리용으로 생색만 내다 간 자리를 효율적·실무적·혁신적 자리로 바꿔야만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새 장관은 우선 전임 장관의 짧은 재임기간(국토부 직원들도 모두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으로 인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조직 기강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조직 기강이 바로 서지 않으면 일관되고 효율적인 정책추진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새 장관은 또한 국민 주거안정, 국토균형발전, SOC확충,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국토부 고유 업무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운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경제 활성화의 주요 동력인 건설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새 장관은 건설 산업의 고질병인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근절해 건설업계의 상생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10억원으로 입법예고 했다가 종합업계의 발발과 로비 등에 휘둘려 4억원으로 크게 후퇴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 처리방식 같은 정치·정략적 정책마인드와 의지를 갖고는 건설 산업의 상생발전을 결코 이룩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초기 반짝했다 사라진 경제 민주화의 나머지 부분을 힘 있게 추진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 고속도로를 놓아야 한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겠지만 주택·건설·교통 등 국토부 담당 정책은 10년, 2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것들이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거나 힘의 논리에 굴복하는 등 근시안적 정책을 펼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국가경제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장관(長官)의 ‘장’자는 ‘우두머리’(자격)라는 뜻과 함께 ‘길다’(임기)는 뜻도 갖고 있다는 점을 임명권자는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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