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토교통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조섞인 푸념이다. 새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호인 전 조달청장이 내정됐다. 강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낸 대구경북(TK) 인사다.

차기 2차관에도 기재부 출신 인사 영입설이 나온다. 홍남기 청와대 기획비서관이다. 기재부 대변인, 정책조정국장을 지냈다. 만약 홍 비서관이 회자되는 데로 2차관으로 온다면 국토부 사상 처음으로 기재부 출신이 장차관을 동시에 맡게 된다.

이같은 기재부 출신의 약진 이면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입김이 의심된다. ‘실세’장관이 아니라면 타부처 출신을 내려꼽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토부 인사가 기재부에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기재부에서 승진하거나 딴 곳으로 전출가지 못한 인물들이 국토부에 둥지를 튼다는 것이다. 홍 비서관 역시 기재부 예산실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현 정권 들어 계속해서 내부 출신 장관을 배출하지 못했다. 초대 서승환 장관이 그랬고 현 유일호 장관이 그랬다. 그나마 차관은 내부 승진으로 채웠는데, 이번에는 이마저 어려울 전망이다. 현 김경환 1차관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다. 이렇게 되면 국토부의 장차관 세 자리는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국토부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납득이 된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국토부 내에서 승진을 시킬려고 해도 마땅한 TK인사가 없기 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인사에 대한 반감은 그만큼 컸다.

사실 국민입장에서 볼 때 국토부 장관에 국토부 출신이 오든 기재부 출신이 오든 대수는 아니다. 잘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사안을 잘 이해한 뒤 적시에 문제대응에 나서거나, 직원들에 대한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성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전문성 없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얻기 힘들다.

같은 낙하산 장관이지만 서승환 전 장관과 유일호 장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서 전 정관은 나름 일을 했지만, 유일호 장관은 특별히 한게 없다는 것이다. 서 전 장관은 부동산 부문 전문가로 인수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을 다듬었다.

반면 유 장관은 조세재정 전문가다. 비전문가가 수장 자리에 앉게 되면 정책이 구심점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실세도 아니고, 더구나 타부처 출신이라면 부처가 외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비전문가 낙하산 장관은 일개 부처의 단순한 사기하락 문제가 아니다. 헛다리 짚는 정책이 잇달아 나오면 넓게는 국민, 좁게는 업계가 직접 곤란을 당할 수 있다.

기재부 입장에서야 국토부도 문화부, 교육부, 노동부 등과 같은 많은 경제부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 기재부 차관보를 했다면 대부분 국가 주요사안을 겪어본 것 아니냐는 항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부동산주택과 철도도로항공을 끼고 있어 생각보다 만만한 부처가 아니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고 지켜보는 눈이 많다. 각종 붕괴사고나 철도, 항공 사건때는 고도의 전문성과 신속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어깨 너머로 슬쩍 보는 수준으로 업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꺾이지 않는 전월세난과 과잉공급되기 시작한 아파트들,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건설사 침체, 해외건설 부진 등 국토부의 현안이 적지 않다. 새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해 과연 이런 난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비전문가 낙하산 장관은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