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에 산재 알리고 보험처리를 요청했지만 수급사업자에게 사비로 보상처리케 하는 것은 ‘부탁’이나 ‘임의적 협조’의 형식을 빌리더라도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손해배상의 책임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 원사업자가 산재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간혹 건설현장에서 산재처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향후 산재보험금의 부담이 가중되고 벌점 부과의 우려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 하여금 사적으로 산재보상 처리를 해줄 것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계약위반이기도 하지만 불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하도급계약서에는 ‘산업재해보험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여 갑(원사업자)이 가입함을 원칙’으로 하는 규정이 삽입돼 있기 마련이고, 하도급계약의 일반이론에 의하더라도 원사업자는 이러한 산업재해보험의 피보험자로서 수급사업자의 근로자에게 산재사건이 발생한 경우 산재사고로 신고해 재해 근로자로 하여금 산재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재사고가 발생하여 수급사업자가 산재 사실을 원사업자에게 알리고 산업재해보험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사업자에게 사적인 자금으로 보상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부탁’이나 ‘임의적 협조’의 형식을 빌리더라도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에 기한 것으로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인 동시에 명백히 불법행위에도 해당된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제8호에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고용보험료,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그 밖의 경비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를 부당한 공사금액의 감액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3조의 4 제2항 제2호 및 제4호에서는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과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약정’에 대해서는 부당한 특약으로서 금지를 시키고 있다.

하위법규인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의 2에서도 구체적으로 ‘관련 법령, 발주자와 원사업자 사이의 계약 등에 따라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하자담보책임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을 부당한 특약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에서도 위와 같은 하도급법에 위반한 불공정거래행위는 불법행위에도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원사업자는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행위에 대해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11조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에는 그 하도급대금의 감액 약정이 민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위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수급사업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이로 인하여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산재사건의 사적 처리에 관한 직접적인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지만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른다면, 원사업자 본인이 책임지고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의 처리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 또한 전형적으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고, 만일 수급사업자가 이에 따라서 사적으로 산재처리비용을 지출했다면 이러한 지출비용에 대해서는 원사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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