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의 확산은 돈으로 속죄하는 게 국가나 사업자에 득되기 때문, 사업자는 영업 계속으로 소득과 신용을 유지하며 국가는 재정에 도움되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다”

법제처에서 근무하면서 민원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과징금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벌금이나 과태료와는 뭐가 다르냐, 징계와 비슷한 게 아니냐 하는 것이 주된 물음이다. 법령의 수도 많고 별별 이름을 붙여 돈으로 내라는 것도 많으니 헛갈리기도 할 것이다.

우선 법령에서 돈으로 내라고 하는 것의 종류를 살펴보면, 먼저 세금이 있고, 벌금·과태료·범칙금·과료·과징금·부담금·사용료·이용료·수수료·연체료·가산금·부가금·추징금 등 다양하다. 이 중 과징금은 형벌인 벌금이나 행정질서벌인 과태료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준다. 

과징금제도는 그 도입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많은 행정법령에 광범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다.

과징금의 시초는 1980년 12월31일 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제기획원장관의 가격인하명령에 불응한 경우 가격인하명령일부터 가격인하 시까지 얻은 이익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면서부터다. 즉, 불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유형이다.

다음으로 1981년 12월31일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사업자에게 사업정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업정지처분을 대신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현재 과징금의 대표적 유형으로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갈음한 과징금 유형이다. 공익성이 강한 사업의 영업정지로 인하여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세 번째 유형은 1995년 제정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유권 이전등기를 장기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 부과하였는데 이 유형은 행정처분에 갈음하거나 불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의 환수와도 관계없는 단순한 금전적 제재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벌금이나 과태료와 유사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주로 환경·의료 관련 법령에서 도입되고 있는 유형이다.

과징금의 대표적 유형인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은 도시가스사업, 해운업, 항공업, 항만운송사업, 석유사업, 도소매업, 유선방송업 등 공익성이 강한 사업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으나 차츰 자동차관리업, 건설업, 식품위생업 등 영업정지를 하더라도 국민에게 그다지 불편을 주지 않는 사업,  즉 공익성이 덜한 사업에까지 도입되었다. 쉽게 말해 식당이나 노래방도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징금제도의 확산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흐름이 큰 작용을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198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커지고 호황이 거듭된 시기에는 영업을 정지하는 것보다 돈으로 속죄하는 것이 국가 입장이나 사업자 입장에서도 맞아 떨어지는 계산법이었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영업을 계속함으로써 소득을 올리고 신용도 유지하며, 국가로서는 관련 업계의 발전과 지원을 위한 재정충당도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였다. 최근에는 과징금 체계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업자가 과징금을 낼 여력이 없어지게 되거나 체납징수에 대한 집행상의 애로로 징수율이 낮아지니 다시 과징금을 영업정지 처분으로 환원할 수 있는 사례가 법에 등장한 것이다. 식품위생법 등에서 도입되면서 점차 확산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그러면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이 아니라 벌금이나 과태료에 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벌금액이 소액이면 규제로서의 실효성이 별로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미한 행정법규 위반으로 사업자가 전과자가 되는 부작용이 있고, 질서위반행위에 부과되는 과태료로는 행정목적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워 과징금제도는 독자적 제도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돈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도 있는 만큼 무분별하게 과징금제도가 도입되거나 다시 행정처분으로 환원하는 등의 행정편의적 발상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즉 도입도 신중하고 집행도 진중하고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행정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 행정의 신뢰도 쌓일 것이다.     /김형수 법제처 경제법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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