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컨트롤하겠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필요하다면’ 이라는 조건절을 활용했지만 국토부 장관 입에서 “컨트롤하겠다”는 시장 개입 표현까지 나왔다는 것은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심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로 읽힌다. 강 장관은 “공급 과잉 우려도 있고 분양 과열 양상도 보인다”며 과열의 원인을 대놓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토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그의 말 한 마디, 선택한 단어의 행간의 의미로 부동산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런 위치의 장관이 시장 개입을 공언할 정도이니 실수요자나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굉장히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최근 시장 과열은 대구, 울산, 부산으로 대변되는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매입전환 열풍과 이에 따른 분양시장 호황, 호기를 만나 그동안 묵혀 놨던 건설업계의 물량 밀어내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단기 호황은 거의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분양 모델하우스를 빽빽하게 채운 인파, 수십 대 1을 넘어서는 청약 경쟁률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입주 시점인 2년 뒤를 바라보고 심사숙고를 거친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호황이 최고조였던 2006~2007년처럼 시세 차익을 노리고 맹렬하게 불꽃으로 달려드는 부나방의 모습이 연상된다.

2017년 입주 예정 아파트는 32만3797가구다. 지난 11년 중 최대 물량으로 미입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6~2007년 부동산시장 호황과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는 밀어내기 분양물량이 급증하며 2006~2010년 연평균 31만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졌다.

결국 대규모 과잉 공급으로 입주 시점에 미입주가 속출했고 할인 분양과 기존 계약자 입주 거부 사태 등으로 집값이 폭락, 분양자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은 기억이 생생한데 또다시 재연될까 고민이 깊다.

특히 2017년이 눈길을 끄는 점은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해이다. 일본은 19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이듬해부터 모든 소비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0년간 장기 불황이 이어졌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 3년 전인 1992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경제 현상에서 일본과 20년 시차를 두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2017년 미입주 사태가 일시적인 시장 침체에 그칠 것인지, 일본의 전철을 따라 본격적인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강 장관의 강력한 경고 이후 부동산시장의 과열 양상은 다소 수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등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 부동산투자는 축소 지향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 장관은 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은 급등도 없고 급락도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부동산시장은 단기 급등했다. 겨우 빙하기를 벗어난 부동산시장의 불씨를 살리면서 ‘활활 타오르지는 않게’ 묘수를 찾아야 하는 강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해 보인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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