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공사입찰은 공정과 투명이 생명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행해지는 공사가 불공정·불투명한 과정으로 얼룩진다면 이는 성실한 납세 국민 전체를 오염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의 정부불신을 부채질하는 반(反)국가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4600여 실내건축공사업체가 뿔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3조와 지방계약법 제43조가 규정하고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공공발주기관의 권한남용과 입찰특혜로 이어지는 불공정·불투명 관행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산하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에 따르면 ‘협상에 의한 계약’은 법령상 ‘물품·용역계약에 있어서 계약이행의 전문성·기술성·창의성·긴급성,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및 그 밖에 국가안보 목적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총공사비의 70% 이상에 독창적 디자인이 반영되는 전시관·박물관·학습관 내부 전시시설설치공사나 문화거리조성공사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일선 발주처에서는 적용대상이 아닌 일반 공사까지 확대적용하거나, 용역·물품 편법발주로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과 그에 따른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건설업과 산업디자인 겸업, 지역제한, 실적제한 등 참여조건이 까다로워 극소수 업체만이 입찰이 가능해 정상적인 입찰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나라장터 입찰사이트에 공개된 2015년 1월~9월 사이 참여업체 파악 42건 공사 중 2개사 이하 참여가 33건이며, 이 가운데 1개사 참여가 17건에 달해 유찰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도 소수업체 참여로 인한 낙찰률 상승으로 정부예산 낭비 우려, 발주기관과 특정업체간의 유착 의혹, 실내건축업계 수주 양극화와 건설업역 침해 등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지적이다.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는 최근 회원사들의 연명 탄원서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에 전달하면서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실태파악을 위해 지자체 등에 대한 감사를 제안했다. 무분별한 발주에 대한 개선 민원과 제도 개선을 위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협상에 의한 계약’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가 요구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만든 법령과 제도가 얼마나 많은 민원을 야기하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다수가 피해를 보고 소수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나 제도는 반드시 부작용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현장이 답’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정부는 제대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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