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의 성공 뒤엔 중소업체의 기술력이 있었다. 협상력에서 절대 열위인 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컨소시엄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였으며 수직적 관계에서 협력자 관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건설업은 발주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유형의 시설물을 무형의 서비스를 투입해서 공급하는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화된 생산시설에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도 건설업은 제조업과 다른 산업으로 구분되고 있고, 외국과의 무역협정체결 과정에서도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돼 논의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인 공법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신기술 및 우수한 공법을 통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 운영이 필요함에도 제조업에 비해 개별 업체들의 연구개발을 유인할 수 있는 각종 정책 지원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개발된 기술과 공법은 공사의 수주과정에서도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장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3절 지명입찰업체 선정에서는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공사 및 특수한 공법을 요하는 공사로서 해당 기술 및 공법 보유자가 아니면 목적달성이 곤란한 경우에는 지명입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4장 제한입찰 운영요령에서는 제한입찰의 종류로서 기술보유상황에 따른 제한입찰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독자적인 기술 및 공법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기술 및 공법을 우대하는 상황은 발주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011년 환경기술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의하면 대기업은 중소 하도급 업체의 문제점으로 ‘기술력’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인식하는 하도급자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에서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자는 자신들의 기술력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원도급자인 대기업은 경쟁력이 높지 않거나 이미 표준화된 기술의 모방수준의 기술을 하도급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의 기술 및 공법 보유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에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환경기술 분야의 상생협력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는 포스코와 KC코트렐 협력사례 및 삼성SDI와 에코프로의 협력사례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요인에는 협력업체인 중소업체의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다.

해당 협력 업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협상력에서 절대 열위인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직적인 관계에서 협력자 관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의 대표적인 생산방식도 수직적인 도급방식이다. 도급 생산방식은 수급을 받는 자의 책임 하에 계약이 이행돼야 한다. 따라서 하도급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건설업은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건설업체들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여 신기술과 공법을 보유하면 지금까지의 경쟁구조와 다른 환경에서 입찰에 참여하고 공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대한전문건설신문 2015년 7월27일자 보도에 의하면 건설업 기업부설연구소는 1092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기업부설연구소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4.8%이며, 2015년에도 6월말까지 60여 개가 늘어났다. 건설연구소를 보유한 건설업체 중 전문건설업체는 43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건설업체 중 기술 및 공법개발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업체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문건설업체들의 연구개발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상황은 건설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격경쟁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가격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거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환경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신기술 및 효율적인 공법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한다고 할 수 있다. 신기술 및 공법의 개발은 연구개발투자에 의해서 가능하며,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돈은 비용이 아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런 지원은 기반기술에 대한 투자확대 및 개별 업체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재원에 대한 융자 등의 지원 및 세제혜택, 그리고 개발된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입찰과정에서의 우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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