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자재 직접구매제 근원적 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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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자재 직접구매제 근원적 수술해야
  • 전문건설신문 기자
  • 승인 2015.12.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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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유능한 주방장이 있다. 그는 남다른 맛과 특색을 지닌 자신의 음식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재료의 선택권은 식당주인에게 있다. 주방장은 주인이 골라준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주방장은 오랜 경력의 탄탄한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식자재 선택권이 없는 주방장, 그래서 제대로 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 수 없다면, 이런 불합리·비효율, 횡포가 어디 있을까. 이와 유사한 경우가 건설 현장에서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건설현장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시공사들이 공사용 자재를 스스로 정성껏 골라 구매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품질과 성능을 가진 부실 없는 건축이 과연 가능할까. 시공사의 자재 구매권을 박탈하는 ‘공사용 자재 (발주자) 직접구매 제도’는 주방장에게서 식자재 선택권을 뺏는 것처럼 가당치않은 제도이다. 

공공기관이 20억원 이상(전문 3억원 이상)의 공사를 발주할 때 중기청 지정 자재품목은 발주기관이 직접 구매해 지급하는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제도는 애당초 ‘잘못된 목적’으로부터 출발했다. 지난 2009년 중소기업청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소기업 보호’를 도입 이유로 내세웠다. 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걸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결국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고, 건설 품질을 떨어뜨리며, 공사 차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만 남발하고 있다. 시공을 맡는 건설회사 뿐 아니라 발주기관마저도 이 제도에 불만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종합건설사 1만2000개사 중 대기업은 116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종합건설사 중 99%가 중소기업인 셈이다. 하도급 위주로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는 사정이 더 나빠 4만여개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결국 이 제도는 중소자재업체에 대한 과잉보호, 중소건설업체 홀대라는 잘못된 차별 전례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제도는 또한 건설 산업의 경쟁력을 여지없이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재가 제 때에 들어오지 않아 공사 차질을 빚고, 품질관리도 어렵다. 하자 발생 시 그것이 자재 하자인지, 시공하자인지 구분이 어려워 하자책임과 관련한 분쟁을 야기한다. 시공에 적합한 자재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자재업자의 미숙한 설치로 하자 및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문제점이 많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중기청은 직접구매 자재품목을 오히려 늘리는 시대착오적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2012년 119개→2013년 122개→2014년 123개로 매년 늘어왔으며 2016년에는 133개로 증가하게 된다.

현장을 도외시한 책상머리 제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사목적물의 효율적 시공과 품질,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를 근원적으로 손봐야할 것이다. 그래야 주방장(시공사)이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음식(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전문건설신문 기자] we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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