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날. 편집국에서 내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한 지인이 “벌써 11월 마지막 날, 올해도 딱 한 달 남았네”라는 아쉬움이 가득 전해지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도 뒤도 없는 뜬금없는 문자였다.

그렇다. 2015년이 딱 한 달 남았다. 경황이 없어 답문을 보내지 못하다 한참 뒤 다시 문자를 되짚어 보던 필자는 “현 정부가 참 아쉽게 또 한 해를 마감해 버렸구나” 하고 나름의 공감을 했다.

이어 불현듯 “현 정부가 모든 경제 운용을 아주 초단기적으로 보고 정책수단을 쓰고 있다. 빚내서 잘 먹고 잘 살기는 쉽다. 돈을 계속 대주면 금치산자라도 현상은 유지한다”라는 한 연구원 원장의 일갈이 퍼뜩 떠올랐다.

그는 연말 인사를 겸한 통화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원장은 “부채를 바탕으로 해서 경제를 유지하는 방식, 이런 사상누각 같은 경제 운용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단정했다.

또다시 통화한 한 대학 교수는 “앞으로 경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기 어렵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문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면서 더 갈 데가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 것이 변수가 되면서 불안 요인이 자라고, 폭발성 있는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 통화한 전문가들의 발언이 암울해서인지, 아니면 본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필자 또한 신년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집계에 포함 안 된 소규모 자영업자 빚까지 포함하면 1400조원이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이 376조원 규모다. 따라서 이 빚은 3년 내내 국가 예산을 통째로 들이부어야 갚을 둥 말 둥한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타이밍이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가계 빚 1000조원에 대해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고 했던 정부 당국자는 지금도, ‘아직’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의문이다.

출입처가 국토교통부이니 관련 현안도 한 번 돌아보자. 정부와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국민, 이해 관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상화’를 ‘활성화’와 같은 뜻으로 이해한 정부는 올해 내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리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매진했다. 분위기에 힘입어 일반 주택 거래도 늘어나 “부동산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금 주택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분양가는 뛰었고, 고질적인 전·월세난은 더욱 심화됐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고통분담이니, 경제 체질개선이니 시급한 어젠다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왜 또 느닷없는 교과서 쌈질인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4대 개혁에 모든 것을 바쳐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선거용 국론 분열이 횡행한다.

이제 정권 4년차다. 남은 시간 현 정권의 리더십은 하루가 다르게 힘이 빠져갈 것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더더욱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 게 영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눈 딱 감고 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최소한의 도리고 의무이기 때문이다.

2016년이 박근혜 정부 4년차가 아니라 우리 경제 구조개혁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기대와 현실은 항상 다르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게 짐승과 다른 인간의 삶 아니겠는가.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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