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은 침체되는 등 국토 내 양극화 문제가 새로운 해결과제로 대두된 바 있다. 대한민국이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이러한 목적으로 그동안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수도권 종합 발전대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경우, 지난 2003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침이 마련된 후 이듬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법적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2005년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발표됐으며 차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추진단’도 설치됐다. 이후 혁신도시 입지선정과 사업시행자 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2007년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됐고 혁신도시 지구지정도 완료됐다.

당시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상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전국적으로 409개였으며 이 중 약 85%인 345개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었다. 2005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도권 소재 345개 공공기관 중 180개 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으나,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으로 통폐합되거나 부설기관 독립 등에 따라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154개로 다시 조정됐다.

최근 본 의원이 이 같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본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인력 이탈 현상이다.

국토교통부가 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은 모두 86곳으로 이전 직전 임직원 수는 총 3만125명이었다. 이전이 완료된 후 8월까지 모두 1384명이 퇴직했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693명이 희망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자 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관별로는 우정사업정보센터가 5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54명, 한국세라믹기술원 24명, 한국가스안전공사 24명 등 순이었다. 혁신도시별로 희망퇴직자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전남이 170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 105명, 충북 84명, 부산 71명, 경남 69명 등의 순이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희망퇴직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해당 퇴직자들이 지방 이전에 따른 거주지 및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자녀 교육이나 배우자 직장 등의 문제로 삶의 기반을 지방으로 옮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방 이전 기관에서 생활한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전을 완료한 기관은 물론 앞으로 이전하게 될 기관 모두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80개 공공기관 3만2000명의 임직원이 혁신도시로 이전할 경우 13만3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생산유발효과 9조3000억원과 4조원 가량의 부가가치가 유발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대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인력 유출이 계속된다면 당초 기대했던 파급효과는 반감되고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수포로 만들 수는 없는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서울 노원갑·국토위)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