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은 기술의존을 탈피 독자기술 개발 추진하지만 아직도 세계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건설기술은 건설만이 아닌 타산업과 융합해 신기술을 창조해 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70년 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20-50’클럽을 넘어 ‘30-50’클럽에 들 정도로 경제성장 신화를 만들어 낸 국가다. 한국의 경제성장 기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한국건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이 가동될 수 있도록 국토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공급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건설은 신규시설 공급 중심의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양적 성장만큼이나 인적 자원은 물론 공급자 역할을 하는 업체 수도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넘쳐나는 물량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규모를 키워왔다. ‘대기업일수록 좋은 것이다’라는 수주 지상주의가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제일의 척도였다.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시키는 것보다 수주를 늘리는 것을 경영의 미덕으로 인식했다.

양적 성장에 매몰된 경영은 물량이 감소 혹은 정체됨에 따라 경영위기로 몰리기 시작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기업이 가장 우선시 하는 게 비용 줄이기로,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파이를 키우기보다 파이 속만 파먹어 들어가는 셈이다.

건설정책은 신규시설 공급 중심으로 틀이 짜여 있다. 당연히 산업을 리드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재정이 주도했기 때문에 정부는 룰 메이커 역할뿐만 아니라 룰 관리자인 동시에 집행자로 군림해 왔다. 법과 제도가 산업의 틀뿐만 아니라 생산자 역할까지 관리한다.

목적물을 완성시키고 관리하는 올라운드 플레이, 즉 ‘입력(input)-생산(process)-목적물(output)’ 전반을 관리하는 대운동장처럼 비대해졌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글로벌 표준과 호환성을 갖추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룰 메이커에서 룰 관리자·집행자는 경쟁을 중시하기보다 물량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을 당연시함으로써 산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순을 만들어 버렸다. 물량 배급 확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페이퍼컴퍼니가 늘어나고 수주한 물량을 하도급을 통해 이윤을 챙기는데 몰입하게 돼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사이를 협력관계보다 대립관계로 변화시켜 버렸다. 하도급 중심의 경영은 당연히 기술이 주도하기보다 하도급관리가 주도하도록 기업의 본질을 왜곡시켜 버렸다. 국내 건설이 안고 있는 현안이다.

건설 기술은 6·25로 전파된 국토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외국자본과 외국기술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어깨너머로 익힌 도제식 기술, 모방 기술로 출발했다. 모방 기술에서 자립기술로 넘어선 게 1980~90년대 사이였다. 기술자립을 국가정책의 제일의 슬로건으로 삼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기술로부터의 자립에서 한국고유의 독자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건설기술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큼 앞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모방 기술이 자립까지는 와 있지만 한국건설만의 고유 기술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의 건설기술은 건설만이 아닌 타 산업, 즉 IT와 통신, 의료와 관광 등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가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법과 제도는 룰 메이커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당연히 국제시장과 호환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이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을 다스리기보다 산업 발전을 뒤에서 밀어주는 지원, 산업과의 경쟁보다 산업과 협력해 동반성장하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부족한 인프라 채우기 정책에서 이제는 인프라의 건강성, 즉 품질과 성능을 몇 단계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래 세대가 함께 사용할 만큼 품질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설계 및 시공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박사는 2030년까지 지금의 일자리 20억개 이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보다 새로운 일감이 더 만들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와 요구하는 기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점으로 부상된다. 신기술은 필요하고 산업 내 기술보다 산업 간의 융합기술이 대세일 것이다.

요소기술 개발보다 활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 이른 바, 기술디자인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건설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산업 간의 경계선을 넘어 기술디자인 역량을 높여야 세계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세상의 미래로 현재가 이동하고 있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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