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니 긴박하게 전개 중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어디로 향할지는 예측 난망이다.

‘트리거’(Trigger)는 금융당국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비거치식, 대출금 기준은 담보가 아닌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수도권은 내년 2월부터, 지방은 5월부터다.

이렇게 되면 신규 대출 대상으로 주택담보비율(LTV)이나 소득대비채무비율(DTI)이 60%가 넘는 상환부담이 큰 대출에 대해 거치 기간이 현행 3~5년에서 1년 이내로 단축된다. 대출 기준 변화로 연소득 3000만원인 매수자가 3억원인 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 금액은 기존 2억1000만원에서 2300만원이나 줄어든다. 지방은 DTI가 적용된다. 벌써부터 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부동산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상 도미노도 드디어 현실이 됐다. 지난 16일 오후 2시(한국시간 17일 오전 4시)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게 되고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다.

시장 상황과 각종 지표들도 단기 급등의 잔칫상을 물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7~11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03% 올라 올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평균 0.04% 하락하며 작년 12월 이후 1년여 만에 하락 반전했다. 주택시장 경기의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 시세는 2주 전부터 떨어졌다.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분양권 시장은 프리미엄이 절반 정도 하락하거나 마이너스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주택시장 냉각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 대부분은 내년 부동산시장을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예상한다. 주택매매 거래에 소요되는 기간과 단기급등 장세의 관성까지 고려하면 전혀 틀린 전망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하저후 시장 흐름. 반등할 수 있을지, L자형 지지부진일지, 최악의 경우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명목가치가 떨어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책, 지표, 시장 상황까지 악재가 겹겹이 쌓이다 보니 비관적인 전망으로 기운다. 2017년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하락 원년이다. 주택수요층은 감소하는데 몇 년간 공급 과잉으로 수급 미스매치가 커지고 있다. 2%대로 고착되는 내년 성장률 전망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어둡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가계부채 해소를 주문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내년 주택공급 과잉을 걱정하던데 만약 공급 과잉이 생기더라도 최근 인가된 물량의 입주가 시작되는 2017년, 2018년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를 우려한 발언으로 들리는데 역설적으로 2017년 또는 2018년이 부동산시장 위기의 원년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투자가 점점 힘들어지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중소형 역세권, 집값 30% 안팎의 주택담보대출 등 이미 검증된 안정적 방식의 투자만이 불확실성을 뚫는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유념하자.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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