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인이 책임없는 추가공사비의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사가 지연됐다고 하더라도  원사업자가 이를 이유로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공사이행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공사계약의 정상적인 이행확보를 위해서는 자금력이나 기술력 등 수급인의 공사수행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공사수행능력의 확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 중의 하나가 공사계약에 있어서의 보증제도이다.

공사도급계약 체결 시에 수급인으로 하여금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도급금액의 10% 내지 20%를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하도록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적으로는 계약이행보증금을 금전으로 납부하는 대신에 보증회사가 발행하는 계약이행보증서를 교부하는 것으로 갈음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공사이행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 공사건에서 공사계약이 해지되면서 원사업자에 의하여 공사이행보증금이 부당하게 청구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공사계약의 이행 도중에 추가공사비가 발생해 설계변경 내지는 변경계약을 통하여 공사비가 추가적으로 지급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가공사비의 반영이 지체되어 임금이 체불되고 급기야 공사마저 중단됨으로 인하여 공사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도 원사업자가 공사계약의 해지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묻고는 공사이행보증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24. 선고 2012가합512429 판결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위 판결은, 선행공종인 토목굴착공사의 지연 및 타워크레인 노조파업 등에 의하여 공사가 지연되어 하수급인이 돌관공사비로 11억여원 지출한 상황에서 원사업자가 공사비를 3억여원만 증액하는 변경계약의 체결만을 요구하여 하수급인이 이를 거부하자 원사업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사건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에 하수급인이 원사업자의 계약변경 제안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 원사업자의 계약해지는 부적법한 것이므로 공사이행보증금의 청구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었다.

사실, 위 판결례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되고 있는 ‘불안의 항변권’을 재차 확인해 준 것으로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나, 최근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추가공사대금’과 관련한 분쟁에서도 이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었다.

즉,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건축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의 지급의무와 공사의 완공의무가 반드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급인이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공사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있고,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도급인이 공사대금의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그러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자신의 공사 완공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05.11.25. 선고 2003다60136 판결)”고 판시하여 불안의 항변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판례의 취지가 ‘추가’ 공사대금과 관련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판결례가 없었다.

그러나, 원사업자가 수급인에게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향후 이를 지급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자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건에서도 위 판례상의 ‘불안의 항변권’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이러한 점을 하급심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 곧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24. 선고 2012가합512429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계약 도중에 수급인의 책임없는 사유에 의하여 추가공사비가 발생한 경우 당해 수급인의 규모, 자력 등 시공능력에 비하여 추가공사비의 지출이 과다하여 이를 변경계약 등을 통하여 지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인에게 계속 공사의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고, 만일 수급인이 추가공사비의 미지급을 이유로 하여 공사를중단하거나 공사가 지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사업자가 이를 이유로 하여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나아가 공사이행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인데도 불구하고 필자가 지면을 빌어 강조를 하는 이유는, 마치 추가공사대금의 존재 여부와 계약해지의 적법 여부가 전혀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