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사방이 가로막힌 채 며칠 지나 병신년 새해를 맞게 된다. 안을 살펴도, 바깥을 내다봐도 출구가 안 보인다. 

바깥을 보자. 미국 금리가 9년 만에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를 압박, 내수침체를 가속시키며 기업 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실업을 양산하고 가계소득을 줄여 내수와 투자 위축이 가속된다. 경기침체의 악순환의 고리가 점점 커지고 굵어져 대부분 국민의 삶은 더욱 옥조이게 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더해 저유가 기조도 한국 경제의 앞을 막는 두꺼운 벽이다. 유가 하락이 수출품의 제조원가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여준 덕에 오늘날의 한국경제가 있을 수 있었지만 작금의 유가 하락은 축복이 아니라 오직 재앙이다. 산유국에 오일머니 유입이 급감하면서 오랫동안 한국경제를 뒷받침해온 플랜트 철강 조선 석유제품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외부 여건이 나쁘면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큰 풍랑을 맞은 배는 바람이 잦아들고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배에 탄 모든 사람이 마음을 모아 불필요한 짐을 던지고 돛을 단단히 매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 직전인 16일 발표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경기회복과 구조개혁으로 일찍이 없던 풍랑을 돌파하자는 게 목표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봐 이 목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어려울 때일수록 ‘같이 먹고 살자’는 공동체적 의식이 더 필요한데 오히려 자기만의 이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개혁은 정규직의 기득권을 줄여서 청년 취업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인데도 귀족 노동운동가들의 시대착오적 반발로 한 걸음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도 분배의 왜곡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는데 시늉만 냈을 뿐이었다. 정작 더 시급한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아예 사라졌다. 

가진 사람은 점점 더 많이 갖게 되고, 못 가진 사람은 점점 더 못 갖게 되는, 사회 각 분야의 양극화는 한층 뚜렷해졌고 그 영향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 걱정에 이어 양육 및 교육비와 주거비 등 아직 삶의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나 노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더욱 걱정하게 된 것이 그 구체적 증거이다. 이러고도 사회가 분열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덜 가진 사람들의 좌절과 불안이 증폭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런 문제들은 오직 정치가 풀어줄 수밖에 없는 것들이나, 정치인들 또한 말로만 ‘민생’을 위한다 할뿐 자신들의 이익이 커지나 줄어드나만 저울질하면서 한국 경제, 한국 국민의 삶의 미래는 외면하고 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은 가져야겠지만, 그래도 병신년 맞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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