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하도급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이전에 사고도 선진화돼야 하고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지고 임금체불이 생기는 등 복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국토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집중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건설 분야의 관심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하도급 부조리 막으려면 건설 관련 주체들의 사고 선진화 필요
‘자재 직구’ 문제 있다면 고쳐야 적정공사비는 좋은 해결 기대

▷17대 국회에서 건설교통위원회를 거친 후 오랜만에 건설 분야에 복귀하셨는데 축하드리며, 새해 국토위 운영 방향은.
- 2월과 4월 임시국회 정도가 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데 이 마저도 20대 총선일정 때문에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2월 국회와 4월 국회기간에 전체회의를 열어 산적한 주거와 교통, 건설과 물류 등의 긴급한 현안들을 점검하고 관련법도 심사키로 했습니다.

 

◇김동철 위원장은 “생활밀접 분야 SOC는 생활 수준을 끌어 올릴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장점이 많다”며 “국토위 차원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품질이 떨어진다며 국토위도 고민하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남은 임기 동안 정부의 주거대책을 꼼꼼히 살펴, ‘전·월세 난민’으로 표현되는 서민주거안정 방안을 입법으로 보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나갈 계획입니다.

▷얼마 전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예상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많이 확보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정부는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앞으로 SOC 분야 예산은 계속 줄여나가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SOC 예산은 23조7000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4000억원이 늘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1조1000억원이 줄었습니다.

저는 SOC 예산은 예산의 자원배분 기능뿐 아니라 경기조절 기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급격한 감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지난해 SOC 예산심사 과정에서 특정지역 편중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SOC가 불가능하다면 마을 안길 포장이나 노후 교량 보수와 같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그렇습니다. 광복 이후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국제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질적 수준 또한 세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이나 생활도로, 소규모 교량, 특히 상하수도 관로와 같은 생활 밀접 분야의 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안전사고 우려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생활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규모공사가 대부분이라 지역 업체와 주민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장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됐지만 집행의 묘미를 살려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위원회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량 부족에 허덕이는 지역의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형 공사를 분리해서 발주하면 도움이 된다는 입장인데요.
- 분리발주 문제는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슈가 된 사항으로 정부 여당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고 국가계약법령에도 일부 반영됐습니다. 공사를 어떻게 발주할 것인가는 공사 특성이나 지역 여건 등을 반영해 발주청에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봅니다.

법령으로 분리발주를 금지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부정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지는데 시민의식이 과거와 달리 성숙된 만큼 국회에서도 좀 더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대 국회에서 하도급 부조리를 막기 위한 대책이 다각도로 마련됐는데 아직도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하고 실제 법 개정이 많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일순간에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법제를 살펴보면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 국가계약법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건설 생산주체들의 사고도 이제 선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산업은 그 어느 산업 못지않게 원·하도급자의 협력이 요긴하지 않습니까.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지만 여러차례 임시국회가 계획돼 있는 만큼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살펴 보겠습니다.

▷건설 분야의 하도급 부조리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하도급자가 원도급자와 함께 입찰에 참여하는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저도 지역구 간담회 등을 통해 많이 들었던 사안이고 제도 도입의 취지에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가 500억원 이상에서 300억원까지 확대됐는데도 적극적으로 발주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특히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국가공사의 발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파급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발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이 문제도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설근로자의 노임 체불 문제가 또 다른 이슈인데, 전문건설사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다 보니 모든 화살이 집중돼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는데요.
- 농부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생각하지 않으면 봄에 씨앗을 뿌리고 무더운 여름에 김을 매지 않듯 근로자에게 임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문제는 단순히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하도급 전문건설사의 전적인 책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주자에게서 나간 공사대금이 원·하도급자를 거쳐 근로자나 자재업자, 장비 대여업자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도급사가 제대로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심지어 전자어음으로 공사대금을 준 후 법정관리를 신청해 버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 중요한 만큼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사용 자재를 발주자가 직접 구매해서 건설업자에게 공급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건설공사는 원칙적으로 도급의 법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약 조건에서 자재를 발주자가 직접 조달해서 공급한다고 해서 그 원칙이 깨지지는 않겠지만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죠.

건설업계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자재 공급을 빙자해서 건설업을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공사를 시킨다거나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자재로 공사를 해서 하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건설업자가 뒤집어쓰는 그런 불합리한 문제는 없어야 하겠죠. 차제에 이 문제도 국토부와 한번 상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설업계의 고민 중 하나가 적정공사비 확보인데요. 공공 발주처부터 예산절감을 이유로 지나치게 감액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 한정된 예산으로 공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결국 복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토위에서도 고민하고 있고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직접 발의하신 빈집 정비법안으로 불리는 건축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는데요.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개정안의 핵심은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철거해 공원이나 주차장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까지 광주시의 빈집은 2500여 동에 이르지만 이 중 92%는 철거에 동의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방치된 빈집에 생활폐기물이 무단으로 버려지고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전락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시설물 유지·보수 시장 새로운 성장기에 진입
‘대한민국 재생’ 기회 맞아 건설인 역할 매우 중요

▷마지막으로 건설업계에 당부말씀 부탁드립니다.
- 국내 건설업계는 변변한 장비조차 없던 1960년대부터 해외 건설공사의 잇단 수주로 해외건설강국의 기초를 닦았으며, 국내 경제위기 때마다 해외로 진출해 외화를 획득함으로써 경제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해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건설업계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2014년 건설업 이직률이 11.9%로서 전체 산업 이직률의 두 배가 넘습니다.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해야 할 건설업계 스스로 위축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건설 산업이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국민안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 유지·보수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주택 리모델링과 도심재생, SOC시설물의 유지 보수 등이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날 건설기술인이 우리 국토를 ‘재건’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재생’하는 기회를 맞고 있기에 건설기술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변화와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건설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와 고부가가치 기술을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력이 필수이며,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국회 국토위에서는 급변하는 건설시장에서 건설기술인들이 전문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건설기술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설 산업은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온 역사의 어느 한편도 순탄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멀고 험하기는 마찬가지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고, 험한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건설업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미래를 펼쳐 나가시길 기대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계신 우리 건설업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새해 새 날,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전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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