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근대화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이 같은 격차는 당연시 됐고 경제성장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양극화의 고착화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동력을 잠식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법과 제도뿐 아니라 의식의 변화도 점차 이뤄지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은 국가 등 공공부문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조달하는 것으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법률’이라기보다는 국가 등이 따라야 할 기본 원리를 담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을 다각도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1994년 6월 국가계약법령이 도입한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도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수도권 기업과 비수도권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 같은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를 건설 분야로 국한해 법령상 규정을 살펴보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2조제3항에 ‘공동계약을 체결할 경우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특별시·광역시·도 및 특별자치도에 주된 영업소가 있는 자 중 1인 이상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은 △건설업 등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저탄소·녹색성장의 효과적인 추진,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회계예규 공동계약운용요령에는 좀 더 구체화해 지역업체의 공동도급 참여 최소지분율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업의 균형발전의 경우 30% 이상, 저탄소·녹색성장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경우 40% 이상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의무공동도급 비율이 유명무실하고 최소 참여 비율이 지역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따로 정해 지역업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본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광역시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으며, △원도급의 경우 지역업체 공동도급 비율은 100분의 49 이상 △지역업체에 대한 하도급 비율은 100분의 70 이상 △민간공사에 대해서는 지역업체 공동도급과 직접 시공비율을 확대하도록 각각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같은 권고를 이행하는 건설업자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추정가격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인 종합공사에 대해서는 주계약자공동도급으로 발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지자체의 조례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로 보고 문제삼을 기세가 보이자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심해지고, 국회에서도 공정위의 간섭을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민감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제 지역업체를 살리는 한 방법으로 도입된 지역업체 공동도급과 하도급 참여 확대는 비단 건설산업뿐 아니라 건설산업 연관 분야인 장비업체와 자재공급업체 더 나아가 지역 건설근로자의 권익과 관련된 문제로 확대됐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본 의원과 부산시의 노력으로 부산 지역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공사현장인 에코델타시티 2단계 공사에 지역업체의 공동도급 비율을 최소 30% 이상 확대하기로 수자원공사와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성과를 계기로 부산지역은 물론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관련 당사자들과 기관들의 관심도 제고되기를 기원한다.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부산진을·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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