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경제를 걱정하는 뉴스들이 쏟아진다. 언제 한국 경제가 좋은 적이 있었느냐마는 올해는 유독 더 그렇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심리도 식었다.

민간연구소인 LG경제연구소가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2.5%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3.4%를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를 예상했다. 지난해 이들은 각각 3.6%, 3.7%를 예측했다.

민간연구소뿐 아니다. 경제전망치를 통상 높게 보는 정부도 비슷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기획재정부는 3.1%, 한국은행은 3.2%를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3.8%, 3.9%를 예측했던 곳들이다.

물론 전망치와 실제는 다르다. 올 1년 한국 경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올해 전망이 작년 이맘때 전망보다 못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새해를 맞는 기대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다. 퇴임을 앞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에 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위기가 과장됐다”던 과거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신년 첫 주식시장을 여니 중국 증시 대폭락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둘쨋날 중국증시 폭락은 어찌어찌 막았다지만, 중국 정부 개입설이 흘러나오면서 시장은 여전히 뒤숭숭하다. 깜짝 놀란 기획재정부는 긴급 내부회의를 갖고 “중국 증시 폭락은 제한적”이라며, 이제는 무감각해진 동의어를 반복했다. 사실 대외변수는 기재부로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경제는 마냥 추락하고 말 것인가. 비관론이 너무 득세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주목할 만하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는 “과거에는 경제가 잘돼야 금융투자자들이 돈을 벌다 보니 긍정론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가 나빠야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어서 공포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쇼트투자는 하락장에 베팅해야 돈을 버는 금융기법이다. 주식, 부동산, 환율, 금리뿐 아니라 이들과 연관된 파생상품까지 다양하게 나와있다. 금융위기 때 많이 회자된 공매도(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주문)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이나 건설시장도 비슷하다. 가격이 떨어져야 차액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시장의 큰손들이다. 빠른 속도로 시세차익을 얻고 빠져나간 뒤 가격이 조정을 받아야 기회가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3~4년 충분히 차액을 실현한 세력들로서는 더 이상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활황이었다면 부동산가격이 떨어질 때도 됐다는 얘기다. 확실히 지난 몇년간은 한국 경제에 비해 부동산은 좋았다.

냉정하게 보면 올해 부동산은 크게 좋아질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빠질 것도 없다. 한은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겠지만 부동산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마저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세계경제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고성장에 대한 관성이 남아서 ‘나빠질 것도 없다’가 ‘나쁜 것’으로 종종 해석된다. 하지만 모두가 불황인 저성장 시대는 ‘나빠질 것이 없는 것’은 ‘좋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파가 닥쳤을 때는 집안에 머무르며 혹한기가 지나갈 것을 기다리는 것도 지혜다. 어설프게 집밖으로 뛰어나가 놀다가 심한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

어쩌면 2016년 한국경제는 외투를 단단히 껴입고 대한·소한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모습일지 모른다. 언젠가 입춘은 온다. 그게 올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