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게도 ‘부패가 곧 경제 윤활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 강화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는 이같은 후진적 인식에서 나온다. 과연 부패가 경제 윤활유 역할을 할까. 통계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학계가 오랫동안 연구한 바에 따르면 부패지수를 1단계(국제투명성기구 기준 10점) 끌어올릴 경우 성장률이 낮게는 0.6%p에서 높게는 1.4%p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투명성 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가 55점(가장 투명한 사회가 100점)으로 세계 국가 중 4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부정부패는 시장 매커니즘과 정부의 룰, 법률적 규정을 무력화 함으로써 자원배분의 왜곡을 낳고 기술개발과 인적자본 형성을 방해해 궁극적으로 경쟁력과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 4~5만 달러 국가들은 투명성이 높다. 덴마크가 92점으로 가장 높고, 뉴질랜드(91점)핀란드(89점) 순이다.

집권 후반기인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부패 척결을 들고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계속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며 “각 부처는 부정부패 척결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것을 잘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다짐 일주일 만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공공부문 부패척결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밝혔다. 황 총리가 밝힌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는 사후 적발과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선제적·적극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부문 부패는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세금 흡혈귀’라는 측면과 민간부문으로까지 쉽게 전이되는 ‘고속 전염성’, 국가적 손실 초래로 인해 사회 안전망을 해치는 ‘안전 파괴자’라는 측면 등 백해무익의 전형이다. 특히 건설 산업에서는 입찰 담합, 수주 로비와 리베이트, 부실시공 등 부패 행위가 곧바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부패 척결의 필요성이 높다. 또한 건설은 사업 종료 후 부패행위를 적발해봤자 이전 상태로 복구가 어렵고 예산은 이미 낭비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에 사후보다는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정부든 정권 후반기에는 부패척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빼들어 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을 막으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근사하게 칼을 뽑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칼날이 무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대내외적 경제 상황은 부패 척결이 레임덕 방지나 미운 놈 손보기 차원이 아니라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국가적 위기극복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부패의 검(劍)은 단호하고, 추상같고, 지속적이여 한다. 그래야 국가와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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