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올 한해 추진할 정책에 대한 업무보고가 지난달 26일 모두 끝났다. 각 부처가 밤새워 마련하고 잘 포장해 대통령 앞에서 국민에게 보고한 정책들은 이제 실행이라는 과정만 남겨두게 됐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대로 된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죽은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정부부처 합동 업무보고에 직접 참석해 “추가 공사를 지시하고도 정산단계에서 공사대금을 삭감하거나 미지급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제대로 감시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강력 요청했다.

신 회장은 또 “공정위가 현장점검을 강화해 미지급 대금이 조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같은 요청은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책만 던져놓고 엄격 실행에 대한 감시와 위반에 대한 제재를 게을리 하면 정책은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올 업무보고에서도 늘 그렇듯이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건설·하도급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실천을 통한 중소기업체감도 제고를 올 업무 목표의 하나로 내걸어 하도급을 주로 하는 전문건설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자진시정 면책제도를 활용한 신속한 하도급대금 지급 유도 △공공 발주자의 직접지급 활성화 등 꺼져가는 경제민주화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전문건설업계는 정부가 국정과제나 정책과제 등으로 선정해놓고도 종합업체의 로비 등에 휘둘려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좌절을 맛봤던 아픈 경험이 있다. 특히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3억에서 10억 확대’는 국토부가 상당기간 의견수렴을 거쳐 입법예고까지 해놓고 결국 종합업체의 입김에 굴복해 4억으로 찔끔 올리는 시늉만 내서 전문건설업계의 공분을 샀다.

분리발주 법제화도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였지만 해당 부처는 웬일인지 실행의 실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 초기 힘주어 추진했던 경제민주화가 어느 순간부터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사례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올해는 박근혜 정권의 4년차 해이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정부 정책의 실행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권의 응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새로운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내놓은 정책들의 실행을 감시·독려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을 흔들려는 세력들과 정권 성패의 명운을 건 한판 전쟁을 벌여야 한다. 모든 정책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실행으로 옮기냐가 더욱 중요하다. 실행되지 않은 정책은 종이 위의 활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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