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기술의 만점자가 설 자리는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핵심기술 부족과 기술변화 속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교육과 끝없는 기술혁신이다”

시장과 산업이 찾는 기술자는 누구인가? 적임자보다 만점기술자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국내 기업이 찾고 있는 사람은 적임자이지 만점기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보편적 시각으로 보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십중팔구 만점기술자다. 기술자 스스로가 만점자로 자평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시장과 산업체가 찾는 사람은 적임자다. 원하는 일을 제대로, 그리고 남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구직자와 구인자의 시각차이다. 만점기술자와 적임자가 차이나는 이유는 만점기술자는 자격(면허증 혹은 자격증)으로 평가받기를 주장하지만, 찾는 적임자는 역량(capability)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만점자는 기술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다. 적임자를 찾는 사람은 기술을 지배하는 그룹이다. 기술자만이 기술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점기술자일 개연성이 높다.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은 기술자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나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를 만든 알리바바의 마윈은 기술자가 아니면서도 기술을 지배하는 사람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정보와 통신, 전자 기술의 활용이 범용화 되면서 생산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3D 프린팅기술이 생산비용을 제로에 수렴시키는 한계비용으로 내몰아 상당수 사람에게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라 경고한다.

건설에도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기술자를 정규직으로 뽑기보다 계약 단위로 채용하는 ‘현장 채용직’이 오래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술자 없는 건설회사, 사람 없는 건설회사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은 ‘공공조달 혁신 방안’으로 건설기업의 고용촉진책을 내놓았다. 기업은 규모에 따라 일정 수 이상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면 입찰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입·낙찰제도를 통해 고용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건설업 면허를 갱신한다. 건설경력과 시공경험을 가진 임원이 없으면 면허 발급·재발급이 금지돼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표준입찰안내서와 미국의 공공공사 입찰안내서는 개인 경력과 해당기업과의 관계를 동시에 주문한다. 사업책임자나 현장소장 등 주요 보직자는 보통 경력 15년 이상이면서 입찰 당시 해당기업과 최소 근무 연한(보통 7년 이상)을 요구한다.

입찰 참가조건이기 때문에 해당되는 인력이 없으면 입찰참여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해당기업과의 근속 연수를 묻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인의 역량에 앞서 회사가 가진 자원 활용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위협요소 10가지 중에는 핵심기술 부족과 급격한 기술 변화 등 기술 관련 요소가 2가지가 들어 있다. 미래 학자 토마스 프레이 박사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늘어나는 일감을 소화시킬 역량 부족을 문제시 한다.

15년 내 사라질 일자리 20억 개보다 늘어날 일감을 소화 가능한 기술력 부족이 더 큰 문제라 지적한다. 늘어나는 일감을 소화시킬 새로운 일자리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늘어나는 일감과 신규 일자리의 불일치가 곧 닥치게 될 현실이라 예측했다.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알고 있는 기술에 대한 만점자가 설자리는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자격증 취득보다 적임자를 길러내는 문제는 재교육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격증은 국가간 호환성이 없지만 문제 해결 역량은 호환성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기업이 찾고 있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명세서는 못 만들지만 확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명백하다. ‘글로벌 시장 어디에서든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격증 취득만으로 만점자가 될 수 있다면 모든 재교육을 자격 취득을 위한 과정으로 만들면 해결된다. 현실은 자격증 취득자 양산과 인재 부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사전 학습과 정규학교 과정에서는 상위그룹이다. 그러나 정규학교(대학교) 과정 이후 평생학습 교육 부문에서는 최하위그룹이다. 마치 대학 졸업장이 교육의 목표인 것처럼 인식돼 왔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핵심 기술력 부족과 기술 변화의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교육과 병행하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빠르다. 기술의 상한선을 미리 정해 놓는 전통적인 방식은 이제는 내려놓아야 될 것 같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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