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한 설계도서를 제출했음에도 입찰에 탈락한 참여자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이지 부적합자나 입찰담합 경우까지 지급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위배”

입찰에 참가한 설계업체는 비록 공사를 낙찰받지 못하더라도,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 제1호, ‘정부입찰계약집행기준’(기획재정부 회계예규) 제85조 및 제87조의 2에 의하여 설계보상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설계비 보상규정의 기본적인 취지는 비록 입찰에 참가하여 최종적으로 탈락을 했지만 입찰참가 과정에서 탈락자가 이미 투입한 설계비를 보상하여 줌으로써 정부공사의 입찰참여율을 높여 공정한 경쟁입찰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함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비 보상규정은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선의의 입찰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적격한 기본설계 도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밀려나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이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설계업체로 하여금 작성한 부적격 설계도서를 제출하거나 입찰에 담합이 이루어진 경우에까지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정의의 관념에 부합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사에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 시 설계 분야 구성원으로 자격을 갖춘 설계업자인 대우엔지니어링이 설계하는 것으로 서류를 제출하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를 통과하였으나 이후 입찰참가신청 시에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후 실시설계 도서를 제출한 사건에서 LH가 대우엔지니어링에게 설계보상비의 지급을 거절했다.

당시 법원에서는 “실제 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정하고 있는 설계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실질적으로 설계도면 및 설계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자격이 없는 업체로서 실제 자격을 가진 업체는 구체적인 방향설정 및 관리에만 관여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설계용역의 경우에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가 해당업무를 주도하고 일부 보조적인 업무를 다른 업체에 하도급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자격을 가진 업체가 전체적인 설계도서의 작성을 관리하고 세부적인 설계보조작업 등 실무적인 업무는 하도급을 줄 수 있는 것이므로 설계부적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정상적인 하도급관계가 인정이 된다면 설계업무에 일부 부적격업체가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설계보상비의 지급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0. 24. 선고 2012가합541618호 판결)

그러나, 최근에는 입찰담합에 들러리로 참여한 업체는 보상받은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을 수 없고 이미 지급 받았다면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새로이 나왔다.

지난 2011년 LH가 발주한 광주·전남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 입찰에서 코오롱글로벌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다른 참여자가 없어 유찰되자 포스코건설과 합의해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함께 들러리로 참여한 가운데 낙찰받았었고, 이후 포스코건설은 LH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지만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해당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까지 부과했었다.

이에 LH는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입찰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하며 입찰담합에 대한 포스코건설의 고의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포스코엔지니어링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면서 설계보상비로 지급받은 돈 전부를 반환조치한 바 있다.

최근의 위와 같은 판결이 주는 교훈은 결국 설계보상비는 입찰에의 참가 자체가 정당하고 정의의 관념에 부합될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해 준 것으로 생각된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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