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는 신도시에 살다 보니 부동산의 여러 양상을 관찰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미분양의 늪’ ‘유령도시’ 헤드라인을 단 기사들이 지면과 인터넷을 도배할 때가 실수요자나 투자자에게 매수의 최대 적기라는 것은 필자의 경험과 지인들의 매매 사례에서 여러 차례 확인했다. 또한 도시 설계, 지하철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규모와 이행 시기, 베드타운을 면하게 하는 기업의 유무 등 부동산 투자에 매우 중요하면서도 새삼스러운 사실을 직접 눈으로 즐겁게 목격하고 있다.

그중 최근 들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상가와 상권의 변화다. 아직은 당장 자영업에 뛰어들 나이가 아니어서 원래 상가는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4년간 상당수 가게들이 잘못된 입지 선택과 상권 과밀화, 독보적인 아이템 부재로 폐업하는 걸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 세계에 진입할 텐데…’라고 생각하니 마냥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특히 한두 번 갔을 때 강렬한 각인을 남기지 못했던 가게가 일 년도 안 돼 문을 닫은 모습을 보면서 자영업자의 생존이 쉽지 않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그럴 때마다 드라마 ‘미생’에서 한 퇴직 간부의 ‘회사는 전쟁터고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대사의 적확성에 소름이 끼치곤 했다.

회사에 적을 두지 않는 세계에서 생계 수단은 대부분 자영업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끓는 물 속에 던져진 개구리’처럼 몰락하고 있는 자영업자를 다루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분석의 틀은 이렇다. 정년을 채우기 전 은퇴 준비가 덜 된 퇴직자들이 자영업에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공급은 증가한다. 반면 소득 안정성이 확보되는 정규직은 줄어들고 그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면서 소비 여력이 감소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하락이 발생해 폐업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지당하게도 정확한 분석에서 향후 부동산 경기의 어두운 전조를 예감한다면 너무 이른 판단일까.

투자 수익을 노리는 극소수 60세 이상 노년층을 제외했을 때 부동산 수요를 떠받치는 기둥은 30~50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다. 직장인들의 수요는 떨어질 기미가 없는 비싼 집값에 대한 탄식과 경기 침체로 줄어드는 총임금에 비례해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문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릴 직장인 수요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대출금 원금 갚기에도 급급한 경기 악화로 부동산 수요층에서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작년 562만명이며 이 중 빚이 여러 군데인 다중 채무자가 60% 이상이다.

부동산 매수의 두 축에서 동시에 총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은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수급 요인에서 집값 하락의 필연적 견인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2년간 부동산 경기를 띄우느라 주택 과잉 공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경기의 대세 하락은 이미 돌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전에 인천 집을 떠나 서울로 출근하면 신도시와는 또 다른 직장 근처의 서울 중심 상권을 본다. 그러나 그 상권도 명동과 남대문 등지를 가득 메운 중국인들이 없다면 굴러가지 않는 구조로 고착화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중국인이 쥐락펴락하는 제주도처럼 암울한 미래로 한 걸음씩 내딛게 될 것이다. 여러모로 복잡한 심사가 켜켜이 쌓인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