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속도는 미약하다. 경기지수 상 회복신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2015년 10월 이후 2016년 1월까지 확연한 하락 추세를 지속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얼마 전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행과 경기 판단(2016년 1분기)’ 보고서의 개요는 ‘침울’ 그 자체이다. 분위기를 더욱 무겁고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이 보고의 부제 ‘수출에서 내수로 불황의 전염’이다. 불황이 수출에 그치지 않고 내수로 옮아가서 결국 ‘전방위 불황’이 오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2월까지 1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이다. 수출 감소는 소득과 소비 감소를 불러 내수 불황으로 살금살금 전이되고 있다. 1월중 소비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전기 대비 -1.4%의 큰 폭 감소세를 기록하며 ‘소비절벽’ 현실화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설비투자 침체도 심화되고, 투자회복도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건설의 경우 민간 부문 건설투자 견인력이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민간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건설경기가 일정 부분 상승했으나 수주액 감소로 향후 경기 확장이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16년 1월 들어 건설경기 선행지표로 간주될 수 있는 건설수주액 증가율은 민간부문 위축으로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경기 호조 지속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온통 잿빛인 경기 전망에 대한 국면전환 대책으로 대략 세 가지 안을 내놓고 있다. △선제적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내수 안전판 강화를 위한 SOC분야 조기발주 노력 △FTA 활용도 제고 및 한류 연계 수출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원은 특히 재정집행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SOC 분야에 대한 조기발주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SOC사업에는 연간 36조6592억원이 계획돼 있으나 국토교통부의 1월 재정 집행 실적은 2조2876억원으로 연간 계획 대비 6.2%에 머물렀다. 이는 전체 재정집행률 8.2%보다 2%p가량 낮은 수준이다. 한국철도공사(2.0%), 한국도로공사(0.5%), 한국농어촌공사(0.3%)도 낮은 수준이다. 1월 재정집행으로 판단할 때 재정조기집행은 전체적으로 낙제점을 받고 있고, SOC부분은 그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1월 재정집행률이 0%인 국토부 사업에 고속도로건설, 고속철도건설 등이 포함된 것 또한 SOC 재정조기집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SOC는 국가 인프라를 미리 갖춘다는 의미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현대경제연구소가 내수의 경기 안전판으로 SOC을 거론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미적미적 대다가 산토끼(수출) 놓치고 집토끼(내수)까지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경제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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