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고착화해 ‘비가역적 상황’에 안착한 월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월세 시대를 받아들이는 듯하다. 주변에서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30대 중후반의 지인들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만기가 도래한 전세 대처 방안을 자주 묻곤 한다. 그럼 필자는 “집 주인들이 저금리로 투자 수익이 나지 않아 월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운을 뗀 후 월세와 주택 매입 시 대출금 이자를 계산해 더 나은 쪽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어보니 대부분의 지인들이 집을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피 같은 월세가 아깝거나 대출해서 집을 사는 게 더 경제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월세는 주거 방식 선택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변인이 되고 있다. 

월세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최근 통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세 거래량은 7만5570건으로 작년보다 2% 증가했지만 월세 거래량은 6만4779건으로 19.9%나 늘었다. 월세 비중도 46.2%로 작년보다 4%P 증가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50.1%로 이미 전세를 넘어섰다.

월세 증가는 고스란히 주거비 부담으로 연동되고 있다. 작년 가계의 실제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 평균 7만4227원으로 1년 새 20.8%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증가율도 역대 최고치다. 가계가 실제로 지출하는 월세는 통계치 액면가보다 훨씬 더 많다. 집을 소유하고 있거나 전세로 거주하는 가구는 주거비 지출이 ‘0원’으로 집계돼 모든 가구의 평균 주거비가 낮아지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월세 시대를 목도하며 ‘인 서울’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부모가 금수저·은수저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집을 사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편리한 대중교통, 풍부한 문화·스포츠·상업 시설에 서울시민이라는 자부심 등 서울에 살고 싶은 욕망은 이유를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싶은 욕망을 채우려니 주거비가 갈수록 늘어나는 딜레마가 생겨난다. 특히 결혼을 하면 이 딜레마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딜레마를 해소할 비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인 서울’을 유지한다면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탈 서울’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서울에 산다는 것은 직장이 대부분 서울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서울 도심까지 1시간10분~1시간20분대에 통근이 가능한 수도권의 저평가된 아파트 매입은 훌륭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서울의 인프라는 최대한 누리되 주거비는 수도권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전셋값 평균은 2억5953만원, 경인 지역 전용면적 60~85㎡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3억150만원으로 4000만원만 보태면 경인 지역의 더 넓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약간의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우선 긴 통근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회사 회식이 있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 밤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해 대중교통이 끊기면 3만~4만원 들여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한다. 그래도 2년마다 ‘억 억’하며 오르는 전셋값과 턱없이 비싼 서울 집 유지에 들어가는 대출금과 대출이자보다는 싸게 먹힌다. 이는 그렇게 5년을 살고 있는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흙수저인 당신 ‘탈 서울’을 꿈꿔 보라.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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