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드라마보다 재미있던 여야 정치권의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이 끝났다. 공천 내내 ‘막장’ 드라마를 선보이던 정치권이 선거가 임박하니 이제 공약 경쟁하는 ‘척’이라도 해볼 모양이다. 싸늘한 유권자 표심이 신경이 쓰이긴 쓰였을 것이다.

다행이다. 여야가 공히 ‘경제 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3월29일 경제 정책 공약 1호로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발표했다. 당장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의 욕구를 해갈시킬 수 있도록 기업투자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문제는 경제다’라고 20대 총선을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34만8000개 등 총 70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공약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을 국회가 알고 있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국가채무가 2월5일 600조원을 돌파했다. 연말에는 64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선을 넘었다. 위험수위다. 그런데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최악으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더해졌다. 나라 살림살이가 앞뒤가 꽉 막힌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이런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부는 내년에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을 10% 줄인다 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돈이 부족하니 짜낸 고육책이다. 올해 예산대비 재량지출 감축 가능 예산은 20조원 정도다. 이 돈을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해도 경제가 살아날지 미지수인데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다.

각설하고, 필자는 다시 20대 국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여야의 경제살리기 구호에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각 당이 내놓은 공약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포퓰리즘 공약이 수두룩하다.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을 내건 지 이틀 만에 철회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표심을 유혹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공약 경쟁을 벌여 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자리 수십만 개 창출 공약은 또 어떤가. 과연 쇠퇴기에 접어든 우리 산업구조에서 그게 실현 가능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서둘러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이라서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계파 공천으로 깎아 먹은 표를 만회하기 위해 ‘사탕발림’ 공약을 대거 쏟아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여야가 서로 국정 난맥의 책임을 전가하고 비현실적인 선심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를 또 반복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치 혐오로 성난 민심을 호도하고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것으로, 뻔뻔하고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의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어미를 앞에 둔 솔로몬왕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유권자가 나설 차례다. 눈에 불을 켜고 자격 미달자를 가려내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민도가 솔로몬의 지혜보다 낮지 않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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