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봄은 기업들에게 잔인한 계절인가. 기업 오너들이 잇달아 ‘사고’를 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새로운 악역은 건설업체인 대림산업과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다.

오너3세인 대림산업의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결국 이 부회장은 주총에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지난 2일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밤 10시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건물 출입구가 잠겨 있는 것을 보고는 홧김에 경비원을 때렸다는 것이다. 정 회장도 지난 5일 미스터피자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기업 오너들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직원들의 인격을 비하하고 손찌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연고지인 마산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앞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들을 모욕한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도 있었다.

오너의 갑질에 휩싸인 기업들의 업종을 보면 건설사, 식품업, 항공업, 프랜차이즈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또 연령도 40대 초반부터 7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업종과 출신, 나이를 가리지 않는 셈이다. 오너들이야 한 번 망신당하면 끝이지만 해당 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직원과 그 가족들이 느껴야 할 모멸감은 생각 이상이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은 당장 경영에 반영된다.

갑질의혹에 휩싸인 기업은 주가가 급락하고,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하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다. 한번 돌아선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몇십 년간 어렵게 쌓아놓은 기업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반기업정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건전한 경제주체로 인식되기보다는 돈을 믿고 만용을 부리는 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반기업정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감세 정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경제단체도 힘이 떨어질 수 있다. 오너들은 통상 경제단체 직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다.

지난해 영화 <베테랑>이 큰 흥행을 했다. 베테랑은 갑질하는 재벌의 2세가 나온다. 그가 차갑게 내뱉던 “어이가 없네”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오너 갑질 영화가 주목을 받는 것은 오너 갑질이 우리 사회에 여전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경영실적이 유독 좋지 않은 올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오너들이 유독 많을 것이다. 이럴 때는 오너들의 일탈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오너가 내뱉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즉각 세상으로 전파된다.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다. 변명을 하고 싶어도 도처에 폐쇄회로 TV(CC-TV)가 있다. 역으로 말하면 겸손한 오너의 행동은 기업에 힘이 될 수도 있다. 오너의 선행이 기업의 호감도를 급속히 높인 사례는 많다. 소비자는 상품의 질 뿐 아니라 이미지도 산다. 그 생리는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똑같다. 내수업종이든 수출업종이든 똑같다. 건설기업도 마찬가지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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