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건 공약 가운데 일부는 미국 경제의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로 10~20대 주로 사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라는 게 원래 ‘오로지 당선’만을 목표로 무차별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별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대목이다. 공약남발이 어디 트럼프뿐이랴.

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도 그 장밋빛과 공(空)의 과도함이 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일례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비등하자 4대 주요 정당이 앞을 다투어 일자리 공약을 내놓았다. 그 일자리 수가 앞으로 5년 동안 1100만개가 넘는다. 한해에 많아야 30~50만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해온 전례에 비춰 봐도 과도하게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4.13 선거가 끝나고 대한민국이 일자리가 넘쳐나는 일자리 천국이 될 거라고 믿는 유권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사탕발림 공약(空約)의 전형이다.

각 정당들이 내놓은 경제 활성화 공약도 장밋빛 일색이다. 구체적 액션플랜이나 재원 마련책은 제시하지도 않은 채 선언적 공약만 내놓는 식이다. 경제 활성화라는 원론에 모두 한목소리를 내면서, 재원마련과 해법에도 ‘나 몰라’하는 초록동색(草綠同色)의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내놓은 공약들이 제대로 실행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입으로만 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 오히려 경제 주체들의 발목만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선거 SOC개발공약의 이행률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6개 공약 중 13개 공약만 이행된 것이다. 특히 경전철 건설 공약의 이행률은 0%였다. 문자 그대로 공(公)약이 아니라 공(空)약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정당 공약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4개 정당의 공약이 구체성 결여·단순 나열·선심성 정책이라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천 파동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그 결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 공약, 무턱대고 재원남발을 부르짖는 포퓰리즘 공약은 결국 정치적 불신과 사회적 갈등, 경제적 혼란 등을 초래할 게 뻔하다. 그래서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탕발림에 속지 말아야 하며,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선량(選良)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선거 후에도 공약 이행 여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유권자가 무섭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있을 선거에서 유권자를 속이는 공(空)약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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