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민의(民意)의 준엄함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그동안 소홀했던 국정을 챙기라는 얘기를 투표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경제 관련 공약이 많았다. 그만큼 국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 동력 육성, 최저임금 인상, 벤처기업 창출 등 경제 공약을 쏟아냈다. 이 공약들을 모두 이행하려면 수백조 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장밋빛 공약들을 실천하기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이 비관적이고 나라 재정 상황이 악화해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았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수입 수요 둔화를 꼽았다. 중국에서 수입을 줄이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IMF는 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제시한 3.4%에서 3.2%로 0.2%p 내렸다. 금융 불안, 자산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기의 둔화 속도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공약을 실천할 ‘실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결산 결과 국가부채는 59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7.9%에 이르렀다. 500조원이 넘는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를 합하면 나랏빚은 1800조원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38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이후 6년 만의 최대로 늘어났다. 나랏빚과 재정적자가 많다는 것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투입할 돈이 나올 구석이 별로 없음을 뜻한다. 가계 부채가 1200조원에 달해 소비 지출을 통한 내수 진작도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가 이번에 내놓은 경제, 복지공약은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결여돼 있어 선심성, 날림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체질 개선, 구조개혁이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인데도 여야는 공약을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했지, 국가 개혁 청사진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막장’ 공천 드라마로 골든타임을 흘려보낸 여야는 선거일을 불과 2~3주 앞두고 공약을 내놓아 정책에 관한 토론도, 검증도 하지 못했다. 최소한 3개월 전에 공약집을 내 토론하고,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선진국들과 대조된다. 유권자 눈에 공약은 선거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선거가 끝난 만큼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생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작금의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혹여 정치권이 민생을 돌보지 않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권력 쟁탈전에 골몰하지 않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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