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필요한 건설산업, ‘알파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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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필요한 건설산업, ‘알파콘’ 만들자
  • 김태황
  • 승인 2016.04.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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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은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실증자료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 모방하고 응용하는 생산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구글의 바둑 두는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인간 이세돌과의 대결은 승부에 대한 관심 이상의 시대적 흐름을 전파했다. 인간의 창의적 기술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고, 인간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정도가 아니라 존재의 목적에 대한 향방을 잃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시켰다. 정신을 차리고 생업을 돌아보자. 적어도 두 가지는 선명하게 교훈으로 챙겨야 한다. 하나는 자료 축적과 효과적인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모방과 응용이다.

알파고의 초능력은 방대하게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 활용한 결과이자 인간 역사를 학습한 결과이다. 축적된 기보(棋譜)를 자료화하지 못했더라면, 그 이전에 인간 역사가 이처럼 연계성 있는 자료를 생산해 내지 못했더라면 알파고는 심심풀이 게임기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창조적 활동은 모방 행위에서 시작된다.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인 문자, 화약, 전기, 냉장고, 자동차, 비행기, 인터넷이 모두 자연현상과 다른 동물의 행태로부터 모방한 결과이다. 모방의 서투른 시작과 응용의 세련된 결과는 표면적으로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중간 과정을 고려해 보면 연속성이 있다. 이를테면 현재 수십억 명을 연결하는 인터넷은 1960년대 말 겨우 4대의 컴퓨터 연결망을 성공시키면서 50여 년 동안 발전의 고리가 이어져 온 결과이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자료 축적과 분석, 모방과 응용의 과정을 분절(分節)시켰거나 간과했거나 상실했다. 기념비적인 신도시 공동주택 단지 건설과 해외 초고층 건축과 대토목 공사와 산업 플랜트 건설 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복 복제에는 능통하지만 모방 이후 응용 발전에는 안일했다.

현장에서의 무수한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들의 자료들은 어디에 쌓여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시설물의 품질이 기능인력의 손끝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이들의 핵심 기능력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정보화해 왔는가? 공공공사의 효율적인 예산 집행, 합리적인 입·낙찰 및 계약 방식, 적정 공사비와 품질 확보, 최적 공기 산출 등의 황금 조합을 이룰 수 있는 최적 사업수행 방식을 얼마나 실험해 왔는가? 시설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부실공사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의 경보기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동되고 있는가? 2~3년이 지나면 출국하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을 전수하고 활용하는 최적의 방식을 알고 있는가?

2015년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 비해 실질적으로 4.7%가 감소했다. 제조업의 경우 38.9%가 증가했고 산업 전체가 27.6%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혁신적인 처방과 전략적 선택이 없다면 머지않아 산소 호흡기를 달아야 할 것이다.

이지경이라면 건설산업의 ‘알파콘(AlphaCon)’을 개발해 산업구조의 혁신을 시도해 보자. 건설산업에는 피라미드와 앙코르 와트의 신비한 건축술도 있고 만리장성과 해저터널 공사의 용감한 기술력도 있다.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의 역사와는 견줄 바가 아닌 수천 년 동안 축적되고 체화된 건설산업의 실증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효율성과 공정성도 높여야 하고 창의성, 직업 매력도, 지속가능성 등도 구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청년 인력 유입의 감소세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입찰가격을 점치는데 인공지능의 초능력을 활용하려는 잔꾀에 관심을 쏟아서는 안 된다. 설계 엔지니어링 분야에만 활용도를 제한시킬 이유도 없다. 거친 비바람과 파도에 맞서 신비하고 용감한 기술력을 펼친 건설인의 손마디 감각과 기억을 통째로 되살릴 수 있는 알파콘이 필요하다. 알파콘은 기획, 시공, 설계, 감리, 시운전 등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상생협력과 안전, 환경 친화성,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 문화, 대중적 감수성 등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도 심화학습(deep learning)해 응용할 것이다. 그 결과 건설산업의 부가가치(생산성)를 높이고 예측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건설회사 시공 기획팀마다 알파콘이 하나씩 배치된다면 건설산업은 더 이상 ‘노가다’가 아니다. 공동주택 콘크리트 벽에 스마트홈 기기를 부착했다고 해서 스마트 건설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산업의 지능과 몸놀림이 바뀌어야 한다.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 모방하고 응용하는 생산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바둑에서 알파고를 개량한 베타고(BetaGo)가 나올 즈음에는 건설산업에도 건설하는 알파콘이 등장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태황] we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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