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만큼이나 후폭풍도 요란하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이끈 원인이 뭘까. 왜 여당이 국민에게 차가운 외면을 받았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수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중산층과 서민 가계의 호주머니가 비어가고 있다. 서민들이 처자식을 먹이던 외식을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이고, 학원을 끊는다. 또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청년층은 취업을 못해 죽을 맛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정부와 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선거 참패를 부른 것이다.
 
내수도 바닥이다. 시장에선 돈이 돌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가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 시장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판에서 돈을 돌려온 주택 시장이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가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의 계약일 기준 주택 실거래가 세부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3월의 46%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월 57%, 2월 52%, 3월 35%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대구는 3월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 수준까지 줄었다. 2월부터 담보대출 규제 적용을 받고 있는 서울과 인천, 경기도 각각 지난해 3월의 26%, 26%, 29%까지 거래가 줄었다. 
 
아직 주택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호가만 지탱하는 상황이라 시장 ‘경착륙’이 우려된다. 거래 절벽에 가격까지 대세 하락으로 돌아서면 가뜩이나 어두운 전망만 가득한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게 뻔하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급증한 주택 거래량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폭이 더 커보인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주택 시장에 돈이 안 돌면 어디서 돈을 끌어와 내수를 살릴 것인지, 또 과연 그런 돈 줄이 있기나 한지 고민부터 해야 하는데 말이다.
 
경제 수장의 가벼운 입도 걱정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 3.1%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대한 따가운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먹거리가 없는 한겨울 호랑이”, 워싱턴포스트는 “혼을 잃은 호랑이”라고 한국 경제를 비꼬았다.
 
그러나 정확히 일주일 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춰 버렸다. 이에 따라 3.1% 성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를 제외하고 국내외 모든 기관은 올해 2%대의 저성장을 전망했다. 유 부총리의 ‘자신’이 자만과 허언에 불과했음이 일주일 만에 확인된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받는다. 정부, 중앙은행, 국회 어느 쪽을 봐도 최근 수년간 대응다운 대응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양적 완화를 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옹고집처럼 현상만 고수하고 있다. 세상 어느 나라나 이치는 똑같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 경제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은 돌아선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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