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부담요구… 거부하면 손배 청구 등 협박
1년 후 억지 등 ‘힘의 논리’ 만연 또 다른 불공정

공사 관련 하자가 발생했다하면 무조건 책임이 전문건설업체에게 전가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하자보증기간은 길어지고 하자판단기준도 명확해지고 있지만, 하자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원·하도급사간 힘의 논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원도급사는 초기 무조건적인 부담요구에 이어 하도급업체가 거부할 경우 기술적인 우위를 내세워 하도급업체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최후에는 하자보증금 지급요구와 구상권 청구,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규모를 앞세운 실력행사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만 하도급업체는 힘의 논리에 밀려 피해를 보고 있다.

미장방수공사 전문건설업체인 A사는 최근 원도급사로부터 황당한 공문을 한통 받았다. 단열공사를 수행했던 아파트에 결로하자가 발생해 수리했으니 투입된 비용을 부담하라는 통보였다. ‘보수비용에 대한 부담을 거부할 경우 구상권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는 협박성 문구도 덧붙여 있었다.

공사를 완료한 지 1년이 지난 곳이고 공사금액은 6000만원에 불과했는데 부담하라는 비용은 지금까지 발생한 것만 4000만원이 넘었고, 추가발생이 예상되는 비용 7000여만원 등 총 1억2000만원에 육박, 공사금액의 2배에 가까웠다. 철거 및 수리비용에 재시공비용까지 합쳐진 금액이다.

수긍할 수 없었던 하도급업체는 설계검토와 전문건설공제조합에 의뢰해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열 부실시공이 아닌 원도급업체의 전적인 잘못으로 밝혀졌다.

설계 부실로 단열이 빠진 공간이 있었고, 원도급사는 공기에 쫓겨 콘크리트양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서 동절기에 단열공사를 요구했는데 결국 콘크리트가 머금고 있던 수분이 난방과 계절의 변화를 거치면서 증발, 단열이 누락된 부분에 결로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습도 측정결과 일상습도 50%대를 훌쩍 뛰어넘는 76%까지 나왔다.

업체 관계자는 “멋모르고 원도급사 요구대로 했다가 덤터기를 쓸 뻔 했다”며 “요구금액이 하도 황당해 맞섰지만 원도급사의 강권에 대항할 수 있는 하도급업체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하자보상팀 관계자는 “하자보상 관련 접수사례가 1년에 수천건에 이르고 증가속도도 빨라 무시 못할 현안이 되고 있다”며 “원도급사의 힘의 논리에 맞설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상규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