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하도대 직불은  공정거래 수준 향상뿐만 아니라 재정투자가 근로자 가계까지 중간누수 없이 전달되고 소비확대와 경기 활성화의 선순환을 만드는데 의미가 있다”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3 총선 결과로 정치권은 여소야대로 재편되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겠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언론에서는 선거결과를 두고 향후의 정책방향이 경제활성화 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전망이 한창이다. 선거 정국에서 여당이 경제활성화 카드를 주로 활용했지만 국민들의 체감정서에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야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이슈에 국민들이 호응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정치적 프로퍼갠더로 활용하면서 양자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척점에 놓여 있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이 서로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경제활성화에만 소용이 있거나 경제민주화만을 위한 정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국민들은 경제민주화든 경제활성화든 경제를 살리고 삶의 팍팍함을 덜어줄 수 있는 실체있는 정치를 원하는 것이다.
 
차고 넘치는 총선과 정치 뉴스에 묻혀 대중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으나, 최근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법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증좌로 삼을만한 정책을 내놓았다.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연간 발주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20개 공공기관에서 약 16조원의 건설공사를 하도급대금 직불 방식으로 발주할 계획이다. 직불방식은 대금지급시스템 활용, 직불조건부 또는 합의직불 방식을 혼용한다. 이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체 건설공사의 규모가 약 34조원인데 하도급대금 직불 방식으로 발주하는 16조원은 전체 발주금액의 약 47%에 해당한다. 하도급 비율을 50%로 단순하게 가정하더라도 약 8조원을 하도급대금으로 직불하게 되는 것이니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하도급법 위반행위 5834건 중에서 하도급대금 미지급이 3567건으로 위반행위의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도급기업에 미치는 피해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위법행위의 부정적 영향은 하도급기업이나 경영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하도급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지급과 임금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공공기관 하도급대금 직불이 공정거래 측면 외에 경제활성화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지점이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 경제에서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외하면 호황업종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을 통한 반전도 쉽지 않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에서 2.8%로 수정한 것을 볼 때,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고수하는 3%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를 촉진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인데 효과로 보아 건설투자만한 것이 없다. 특히 건설공사는 하도급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많아,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급여를 제때 제대로 받고 여기에 더하여 급여수준이 더 높아진다면 소비가 증대하여 경제전반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하도급대금 직불에 참여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상 발주규모 6조7546억원 중 79%에 해당하는 5조3315억원의 건설공사에서 하도급대금을 직불할 계획이라고 하니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번 공공기관의 하도급대금 직불 시행은 원·하도급기업 간 거래에서 나타나는 위법행위를 차단하여 공정거래 수준을 높이는 제도적 성과 외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재정투자가 하도급기업에서 일하는 서민 근로자 가계까지 중간누수 없이 전달되고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실상은 정당이나 정파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리 재고 저리 잴 수 있는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한 측면만 강조하는 도식적인 접근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합리적인 접근법으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배타적 관계에 있지 않다.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로 가는 길은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외길이 아니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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