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에서는 전반적으로 ‘공사비’와 관련한 행위의 불공정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족한 공사비’가 발주자 위주의 수직적 생산체계라는 구조적 문제와 결합하면서 불공정행위를 유발하는 주범(主犯)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가 하도급 등 부족한 공사비에 대한 개선 없이 건설 산업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공사 참여자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놓았다. 건설 산업에 고착화돼 있는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건설업계 전체가 주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족한 공사비’가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는데 끼치는 영향력은 100점 기준 70.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직적 건설생산체계’가 그 뒤를 이었다. 3위가 ‘설계비 변동 등 공사비 증액의 제약’이라는 공사비 관련 항목임을 감안하면 공사비 문제가 불공정 행위 유발에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공사비가 불공정 행위를 부채질하는 근본요인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정도가 높은 생산단계에 대한 조사이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원도급자-하도급자 관계’가 6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발주자-원도급자 관계’가 20.5%로 조사된 것에 비춰보면 3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하도급자-장비업자 관계’ 8.8%, ‘원·하도급자-건설근로자 관계’ 6.6%, ‘원·하도급자-건설자재 납품업체 관계’ 3.4%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국 하도급자들이 원도급자로부터 그만큼 많이 공사비 등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이 보고서는 또 건설공사 불공정거래 방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불공정 행위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정비돼 있기는 하지만 집행력이 효과적으로 확보되지 못해 제도의 실효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 장치, 상벌 제도 미흡을 방지 제도의 실효성 저하 요인으로 꼽는 응답이 각각 23.1%, 21.2%로 나타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가 담당해야할 몫이다.

이 보고서는 건설 산업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공사비 확보’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적발·정비 강화’라고 결론짓고 있다.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서 각종 제도를 제대로 정비함은 물론 집행력을 강화해 제도가 잘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대금지급 및 확인부터 불공정 행위 신고 및 조사, 분쟁조정, 사후조치를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불공정거래 방지 제도의 집행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건설이 건강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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