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했다. 검찰이 세종시 공무원들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세종시에 이주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는 아파트 우선 특별공급권이 제공됐다. 이들은 타지역에 비해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취득세도 면제됐다. 거주 2년이 넘으면 분양 1순위 자격까지 덤으로 받았다. 일종의 특혜였다.

특별분양 받은 중앙부처 공무원 3명 중 한 명꼴로 분양권을 팔아넘겼다. 아파트 당첨자 9900명 가운데 실제입주한 공무원은 6198명이라니 말이다.

이렇게 시세 차익을 노린 분양권 전매는 세종시와 공무원만의 ‘특별’한 문제도 아니다. 지난 5월13일 방문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대형 건설사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은 개관 전부터 몰려든 관람객들로 장사진이었다. 관람객 대기 줄 옆에는 그 길이만큼이나 긴 또 하나의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떳다방’이다.

이들은 한 줄로 대기하다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나온 관람객에게 순서대로 따라붙어 정보를 수집했다. 당첨자가 나오면 이들을 대상으로 단기 매매 등을 권유하려는 목적이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분양 시장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분양 판에는 돈이 돈다”고 말했다. 이 ‘돈’에는 반갑지 않은 돈, 투자·투기 세력의 자금도 끼어 있다.

당연히 이날 기자가 목격한 관람객 중 다수는 실수요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분명 차액을 바라고 단지 정보와 분위기를 수집하려고 발품을 판 단기 투자자도 상당했을 터다. 이미 고착화된 저금리 시대에 아파트만한 투자 상품이 없어서다. 전매 제한이 없는 입지 좋은 아파트는 당첨만 받으면 당장 3000만∼5000만원을 거머쥘 수 있다. 전매제한이 있더라도 그때까지 소액만 투자하고 기다리면 그 몇 배에 이르는 수익을 짧게는 6개월, 1년 안에 올릴 수 있다. 돈이 급하면 일부 세종시 공무원처럼 전매 제한 기간이라도 아파트를 팔아버릴 수 있다. 방법은 떳다방이 먼저 전화해 자세히 알려준다.

과연 이만큼 쏠쏠하고 안전한 투자가 없다 싶다. 실제 한 리서치업체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전국에서 최초 분양가에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분양권이 835건이나 된다. 상당한 물량이다. 오죽하면 공무원이 수사 대상이 됐을까 이해가 될 정도다.

물론 분양시장 과열은 올해 유난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몇몇 지역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됐다. 과열이었다가 불과 1∼2년 사이에 거래가 싹 사라져 냉탕이 된 곳도 있다. 과열 때 낀 ‘거품’이 없어져서다. 이들 지역에서 청약 경쟁률을 높이고, 웃돈을 올렸던 투기 세력은 이미 다 손을 털고 떠난 뒤다. 남은 건 실수요자다. 수요자는 고분양가에 웃돈까지 거품으로 얹어 마련한 아파트의 중도금, 잔금까지도 은행에서 이자 붙여 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부동산에 낀 거품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경제 전반이 침몰한 나라도 여럿 있다. 한때 우리의 해외 돈벌이 주력이었던 해운과 조선업이 사즉생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책은 늦으면 이렇게 빛을 잃는다.

청약 과열·단기 투자, 전매 횡행 등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도 당국이 할 일이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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