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앞둔 정부 부처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굵직굵직한 발표들이 각부처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졸이는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6월말에는 영남권 신공항이 마침내 발표된다.

영남권 신공항은 20년도 더된 프로젝트다. 부산 인근에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까지 올라간다. 공식 검토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2008년 후보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 하지만 2009년 경제성 분석에서 부적절 결론이 났다. 2011년 백지화가 됐다. 그러다 2012년 박근혜 후보는 대선공약으로 신공항을 다시 끄집어냈다.

2014년 국토교통부는 항공수요 연구용역을 해 2023년 김해공항이 포화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공항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그 발표가 6월 말이다.

정부가 신공항 문제를 오랫동안 질질 끈 결정적 이유는 지역갈등이다. 부산과 대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부는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신공항은 지역명칭조차 통일되지 못했다. 남부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등 각각 달리 불린다. ‘남부권’에 의미를 두면 부산·대구·경남·경북뿐 아니라 호남까지 포함돼 입지가 중요해진다. 경남 밀양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반면 ‘동남권’이 되면 부산·대구·경남에 한정되기 때문에 부산 가덕도가 유리하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남부권’ 신공항으로, 부산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으로 부른다.

밀양이 되든, 가덕도가 되든, 신공항 건설이 발표되면 건설업계로서는 꽉막혔던 숨통을 틔울 낭보다. 어느쪽으로 가든 건설비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밀양은 27개의 산을 깎아야 하고, 가덕도는 수심 19미터의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단일 사업으로 10조원이 넘는 공공사업은 한동안 보기 힘들었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 이후 긴 침체기를 겪었던 건설업계로서는 군침이 돌 만한 프로젝트다. 때문에 이를 수주하려는 대형건설사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당성 발표가 일정대로 진행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탈락 후보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오랫동안 대립한 사안이라 갈등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밀양이 선정되면 부산이, 가덕도가 선정되면 대구가 극심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의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신공항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두 지역이 여권의 핵심 표밭이라는 점이다.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한 지역 지지자들은 극한 배신감을 내보이면서 급속히 여권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가뜩이나 총선 이후 지지율이 떨어진 청와대가 감내할 수 있을 것인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총선 패배로 여권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신공항 발표는 레임덕으로 가는 카운터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탈락 후보지를 달랠 마땅한 당근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잘해야 본전일 발표를 정권 말기에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토부는 “일정대로 진행한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막상 발표일이 다가왔을 때도 정부가 지금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까. 당장 국토부 내에서는 움츠리는 기색이 완연하다. “신공항 용역은 중간점검 내용을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신공항 발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신록의 계절, 6월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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