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안전이 생명이다. 대부분 다중(多衆)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안전이 미흡하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안전 시공이 전제되지 않으면 막대한 인명피해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 그런데도 6조원에 이르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인테리어) 시장이 대부분 무자격 업자에 의해 시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안전 불감증의 전형을 보여준다.

노후 건축물의 성능을 개선하는 리모델링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자격업자들이 판을 치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할까. 안전도 덩달아 위협을 받게 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리모델링 시장규모는 2001년 4조6000억원에서 2010년 7조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11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이 54.0%(5조960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독주택(41.8%), 다세대 등 나머지 주택(4.2%)이 그 뒤를 잇는다.

이처럼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안전은 거의 방치된 수준이다. 전체 리모델링 공사의 70% 정도는 건설업 면허 없이도 시공할 수 있는 15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공사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리모델링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는 2012년 3471건, 2013년 3703건, 2014년 4886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피해 유형을 보면 계약불이행과 부실공사가 36.8%로 가장 많고, 하자보수 불이행 22.6%, 계약해지 관련 피해 10.3%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의 상당 부분이 건설산업기본법령상 무자격 시공이 허용되는 예정금액 1500만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이거나, 이런 법령을 인지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무자격자에게 시공을 맡긴 사례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의 90.2%가 무자격자의 시공제한과 관련된 법령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리모델링 공사의 무자격자 시공을 막기 위해 꾸준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소규모 건설공사의 범위를 1500만원에서 1000만원 미만으로 축소하고 무등록 시공업자에 대한 처벌 및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 사항이다. 특히 지자체별 ‘공동주택관리 규약 준칙’에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동의 기준이 없어 무등록업자 난립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소비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시민 안전이 위협받으며, 건설 산업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등 부정적 요소로 가득 찬 ‘리모델링 공사 무자격자 시공’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먼 산 보듯 보고만 있다면 그것은 공직자의 직무유기이다. 하루라도 빨리 위험요소를 바로 잡아 안전에 한 치의 오차도 없게 해야 한다. 무자격이 자격을 대체해 피해를 유발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반드시 돌려야 한다. 그게 바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목표인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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