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방계약법령을 고쳐 시설공사에 대해서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적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전문건설업계의 숙원 중 하나가 또 해결될 전망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이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창의성이나 고도의 전문성 혹은 예술성이 요구되는 사업을 할 때는 사업의 목적에 부합되는 능력(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의 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이나 기술성, 긴급성이 보장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설물의 안전성도 저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현행 지방계약법령이 총공사비의 70% 이상에 독창적인 디자인이 반영되는 전시관·박물관·문화의 거리 등의 조성 공사와 같은 공사에만 이 제도를 적용토록 한 것에는 이런 점을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일선 발주처는 무분별하게 또 자의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해 와 오랫동안 전문건설업계의 원성을 사왔다. 일반적인 건설공사가 명백한 데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하는 바람에 기술력(설계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문업체들은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으며, 특히 실내건축업계는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로 꼽혀왔다.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물론 학계 등 전문가집단에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첫째는 기술력 평가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특정업체에 대한 편향적 평가 등 불공정한 평가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가격경쟁이 간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력을 우선시하면 입찰가가 시장에서 인정하는 가격보다 높게 정해질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국민-부담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셋째는 이런 식으로 낙찰자가 정해지면 장기적으로 발주자와 낙찰자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그 결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신홍균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선거 공약에 이 제도 개선을 포함시켰고, 당선 후에도 개선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전건협을 비롯 경기도회,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가 이 제도 개선을 목표로 행자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참여 업체를 소수로 제한함에 따라 발주처와 일부 업체 사이에 유착 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다른 공사에 비해 낙찰률이 높다’고 지적한 것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피해를 당해 온 결과인 것이다.

전건협과 경기도회 327개사, 실내건축협의회 883개사는 이런 내용의 탄원서를 행자부와 기재부에 제출했으며, 경기도회(회장 박원준)는 지난 1월 행자부 담당 과장 등 정부 당국자를 초청,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경기도회 전문건설산업 정책추진위 유상록 위원장은 지난 5월 중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이런 노력과 자기희생 역시 이 제도가 개선될 수 있게 된 중요한 요인임을 말할 것도 없다.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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