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자율조정커녕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 하도대나 임금 체불을 불황 탓만 해서는 안된다. 정상적인 공정거래로 자충수를 만회해야 한다"

1972년 가수 양희은이 처음 부른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서로 싸워서 한 마리가 죽고 살이 썩어서 다른 한 마리마저 죽게 되었다. 가을날 길을 잃은 꽃사슴이 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는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마침내 아무 것도 살지 않는 죽은 연못이 되어 수많은 계절이 흘러간다는 이야기이다. 다분히 당시 김영삼과 김대중의 민주화 운동의 상호 파괴적 경쟁의 우려감을 경계한 듯한 내용이지만 정치적 의미를 떠나 당시 젊은이들이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애창했던 노래다.

건설 산업이 작은 연못이랄 수도 있고 큰 호수랄 수도 있지만 서로 아웅다웅하며 삼키려는 작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상반되는 양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인심이 팍팍해져서 다른 구성원의 몫을 내 몫으로 끌어당기고 싶어 하거나, 정반대로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궁핍해짐을 나누려고도 한다.

지난해 공동주택 건설시장의 활성화로 건축부문의 수주액이 2014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약 50% 증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건설시장은 7년 대가뭄을 겪어왔다. 건설업계는 함께 웃고 함께 울려고 하기보다는 팍팍한 인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업역 다툼은 지치지도 않았다. 주계약자공동도급을 두고 서로 끌어당겼고, 분리발주의 경제적 타당성을 두고서도 서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연못이든 호수든 썩은 물이 고일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서울시, 조달청,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운영해 온 ‘공사대금 지급관리시스템’을 4대 산하기관에 확대해 추진하고 있다. 중층 다단계의 건설공사 이행과정에서 부당한 임금 체불을 막고 공공공사의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온라인상으로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이다. 건설공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초 ‘하도급대금 직불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공사계약에서 협상의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도급자의 하도급자에 대한 대금 체불을 예방해 중소 하도급 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하도급 업체의 경영난은 고스란히 임금 근로자의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원도급 업체는 기계장비업체에 대한 대금 체불과 건설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의 80% 이상이 실제적으로는 하도급 업체에서 발생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토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일반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모두 이구동성으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율적인 기업 경영환경의 악화, 현장의 자금 흐름과 공사단가 경영정보의 노출 등에 대한 우려 아닌 우려가 깊기 때문이다.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에 비해 ‘부당한’ 과잉 통제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공정위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원도급 업체와 하도급 업체 간 치열한 ‘공방 메뉴’를 다양화시켰다. 건설산업에서 ‘공정거래’에 대한 자중지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은 건설업계의 자충수에서 비롯됐다. 시장경제가 많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으로는 자율적인 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불균형과 갈등이 노출되더라도 다수의 참여자들의 정보 공유와 대응적인 의사결정으로 상호 유익의 균형점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건설업계는 자율적인 조정력을 향상시키기는커녕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지 못했거나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을 체불했던 점을 경기침체 탓으로만 돌려서는 설득력이 없다.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상생협력은 선언문 잉크에만 묻어 있었지 협회와 유관 단체들의 실질적인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눠먹기의 정신은 발휘되지 못했다. 건설업계에는 가정교육을 시킬 ‘좋은 부모’ 노릇을 하는 주체가 없다.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합리성은 결코 단기적 이익 추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100m 달리기의 시장경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는 마라톤이다. 건설 산업은 수십 년 수백 년의 시설물을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산업인데 어찌 하루살이처럼 서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고집하면서 응석만 부리지 말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떳떳하게 강조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공멸의 자충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충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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