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행위는 늘 감시와 단속의 약한 고리를 비집고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단속기관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 부당 행위는 일시적으로 몸을 숨기지만 그러한 것들이 약해지는 순간 ‘이때다’하고 다시 창궐한다. 마치 전염성이 있는 것처럼…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하도급 관련 민원 2812건(2014년 1월~2016년 3월)을 분석한 결과, 건설 분야가 무려 63.3%(1779건)로 압도적이었다. 민원이 보통 불법·부당한 대접에 대한 자구수단임에 비춰볼 때, 건설 분야의 부당 하도급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고치기 어려운 고질(痼疾)임이 틀림없다. 오죽하면 권익위에 하소연 하겠는가.

늘 그렇듯이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경제민주화의 큰 물결을 일으키며 불법·부당한 하도급 관행에 대해 한 치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에 대한 근절 의지를 시시때때로 역설하다보니 갖가지 부당행위는 잠복기로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끝장이라는 일시적 도피의식이 작용했다고 할까.

어느 정권이든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장악력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틈을 노려 사회 곳곳의 부당한 행위는 다시 고개를 빼꼼히 쳐드는 속성이 있다. 법망을 피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를 짜내거나, 갖가지 꼼수를 최대한 활용해 갑(甲)의 존재감을 다시 되찾으려는 반역의 시도가 도처에서 감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이 이미 지적했듯이 하도급법에 엄격 금지된 부당특약이 ‘세부설명서’나 ‘현장설명서’ 등 하위 자료에 버젓이 편법으로 존재하는 것도 바로 부당하도급의 하나의 예이다. 부당특약 금지제도가 시행 된지 2년 만에 하도급업체들을 괴롭힐 수 있는 꼼수를 찾아내 부당한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도급업체들은 관계단절 등을 이유로 문제제기도 못한 채 울며 겨자를 먹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자책임과 관련해 무조건 하도급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힘 있는 자의 갑질 부당행위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 하자보상팀에 따르면 하자보상관련 접수가 한해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무조건 하도급업체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원도급업체의 횡포가 극에 달하면서 피해를 보는 하도급업체가 많다는 반증이다. 양육강식의 정글법칙이 문명화된 사회의 백주대낮에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어 안타깝고도 민망할 뿐이다.

불법과 부당·부정 등을 막을 법체계가 아무리 잘 돼있어도 이를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편법과 꼼수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법집행에 엄격한 잣대를 대야함은 물론 편법과 꼼수가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엄격히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국정장악력의 고삐를 다시 한 번 죄어야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불법과 부당한 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억울한 피해자로 인한 사회갈등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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