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끝난 것인가. 정부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홍보하는데 후보 지역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발하고 있으니 끝났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최종보고회’ 브리핑을 본 후 든 찜찜함이다.

국토부는 1년여간 용역 끝에 가중치를 달리한 4가지 경우를 적용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818~832점으로 밀양(640~722점), 가덕도(495~678점)를 제치고 신공항 건설 대안으로 선정됐다고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을 맡았던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공항 운영 △접근성 △사회환경영향 △사업비 등 7개 항목을 평가했다.

국토부는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국의 권위 있는 공항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발주하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그렇지만 결국 신공항 사업은 2006년 참여정부 때 점증하는 김해공항 항공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된 이후 10년을 돌고 돌아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몇 조원 단위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으레 그렇듯이 신공항 건설은 대선을 앞둔 정치공학의 성격이 짙은 국책사업이었다. 최근 해외여행객 폭증으로 김해공항의 수요 흡수에 한계가 드러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공항을 지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보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합리성과 경제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신공항 논란은 지금부터 더 뜨거워질 게 명백해 보인다. 당장 대구ㆍ경북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대구 유력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을 신공항 백지화를 상징하듯 보란 듯이 백지로 제작했다. 영남일보와 대구일보 등 다른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도 ‘속았다’, ‘대국민 사기극’ 등 정부 결정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제목의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 대구·경북이 지지한 밀양이 가덕도보다 평가 점수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 정서가 이해되고도 남는다. 부산은 부산대로 김해공항 확장이 “지역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대선 공약을 파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철석같이 믿었던 영남 주민에게는 궤변일 뿐이다.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의 분노에 편승할 것이고, 신공항 논란은 내년 12월 대선까지 고도의 휘발성을 지닌 정치 의제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10조원대로 추산되는 SOC 사업이 풀리면 빈사 상태인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런 점을 알기에 지역 상공인들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정치인들을 자극하고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없이 공약으로 채택하는 역학 구조를 가진다. 정치권은 내년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김해공항 확장안을 사장시키고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공약으로 들이밀 것이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3년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속 유명한 대사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딱 이런 상황이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자회견에서 “법적·정치적인 후폭풍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신공항 건설 사업에 쉽게 종지부를 찍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역시 문제는 정치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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