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자식세대의 눈치를 외면하는 기성세대는 염치가 너무 없다. 국토인프라 투자가치 회복해 일자리창출 버팀목으로 삼자”

최근 30년 가까이 이웃으로 산 몇몇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식세대가 밥상머리 화제에 올랐다. 60대 중반을 넘긴 사람들이지만 아직도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사람도 있다. 화제는 자식세대의 미래 걱정이었다. 우리 세대보다 못 살 수 있겠다는 걱정이었다. 배고픈 보릿고개 삶을 살았지만 열심히 일한 대가를 우리는 누렸다.

자식세대는 열심히 일할 일감이 없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전 세계 파워엘리트 3000명이 예측했다. 2020년까지 일자리 순 감소만 500만개라 한다. 자동화 및 보안기기를 설계 및 생산하는 이웃도 40년 전과 비교해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인력은 40분의 1로 줄었다 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생산만으로는 더 이상 자식세대가 살아갈 수 없다. 자동차가 소모품이나 공유 상품으로 변하고 전자제품은 분산된 각각의 기능이 한 기기로 통합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세대, 자식의 자식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뭔지를 찾아야 하는 게 우리세대의 책임이고 숙명이다. 자식세대는 우리 세대에 눈치를 준다. 우리 세대는 염치없는 사회지도층이 너무 많다고 한탄한다. 정치인이 내놓은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녹아 없어져 버리는 눈과 같다. 수명이 끝난 19대 국회지만 특권 내려놓기나 세비 삭감 등은 고사하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몰염치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다. 올해 5월 중순의 기온이 한여름을 능가했다고 야단이다. 5월 중순에 폭염주의보까지 나왔다. 온난화로 인한 영향이라 한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해법으로 이산화탄소 가스를 줄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사실은 상식이다. 자식세대는 물론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들이 기성세대에게 열심히 눈치를 준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돌려 달라는 것이다.

건전한 사고를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전기나 자동차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눈치에도 실천하지는 않는다. 염치가 없다. 쓰레기 매립장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채고 있다. 가정에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은 극소수다. 염치가 모자란다. 국가 재정이 바닥이고 이대로라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안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복지천국을 만들어 주겠다 공약한다. 재벌로부터 법인세만 올리면 필요한 재원은 충당이 가능하다 주장한다.

염치가 없기는 정치 공약을 믿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득세율을 올리기보다 법인세를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회지도층이 많다. 기존 산업으로는 청년층의 일자리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신산업과 일감을 찾아내는 노력은 무시하는 몰염치로 일관한다. 해답을 찾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건설산업의 몰염치도 심각하다. 국민에게는 상식이지만 건설에서 무시하는 게 많다. 발주기관의 이기주의도 몰염치다. 적정한 예정가격을 알면서도 예산 부족이나 저감만을 이유로 발주 예정가격을 삭감한다. 시장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원가 이하로 발주 예정가격을 조작하면서 안전과 품질을 주문한다. 정도가 몰지각을 넘어 몰염치까지 하다. 매일 만나는 불량한 보도블록, 도로에 고이는 빗물,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균열, 건설현장 주변의 동공 등을 건설과 무관한 것처럼 알고 있다. 시민의 눈에는 모두가 건설로 보인다.

담합이 억울하다고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정으로 비친다. 건설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됐다. 나쁜 이미지는 항상 정치권과 시민단체에게 단골 공격 대상이다. 당연히 필요한 인프라 건설도 ‘단순 토목공사’라 비난받는다. 이미지를 희생하더라도 일감만 만들어 준다면 상관없는 것처럼 인식한다. 자식세대의 일자리 걱정을 하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잘해 왔잖아’로 마무리하는 게 기성세대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자식세대의 눈치를 외면하는 기성세대가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에서 염치를 찾아야 한다. 국토 인프라의 경제적 가치 회복에 앞장서자. 한국 경제 성장의 기적 뒤에는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기적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버팀목이 중병 초기다. 노후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소득 1000불 이하 눈높이로 건설했던 인프라의 품질과 성능은 3만불 국민의 눈높이 수요를 못 맞춰 주고 있다.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눈치는 챘으면서도 방치하는 건 정치권의 몰염치다. 건설에 대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우리 세대의 염치는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국토 인프라를 국민경제와 청년 세대들의 일자리 버팀목으로 만들어줘야 할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눈치를 주는 데도 몰염치로 일관하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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