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지자체간 뜨거운 유치 경쟁을 촉발했던 신공항 건설 방안이 결국 백지화됐다.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지난 1년간 진행한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를 공개했다. 용역 결과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면 장래 영남권 항공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5년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공식 건의한 이래 10년 이상 논란거리가 돼 왔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첨예한 지역 간 이해 상충으로 인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원점 회귀를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저가항공 활성화와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해 김해공항의 항공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2023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더는 이 문제를 미뤄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신공항 건설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큰 정치적 쟁점이 됐다. 때문에 정부는 영남지역 5개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입지평가에 관한 모든 사항은 외국 전문기관에 일임하고 그 결과를 수용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국제입찰을 통해 용역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ADPi다. 정부는 용역기관 선정은 물론 용역 진행 과정에서도 지자체와 최대한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ADPi도 국내외 전문가와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오직 전문성에 기초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론은 결론일 뿐, 문제는 극한 대립의 지역 갈등 상처만 깊게 남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공항 유치 운동을 펼쳐온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로서는 이번 결정에 극도의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간의 혼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과 허탈감, 그에 따른 적대감 등이 쉽게 아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전문성에 입각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이번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반박 역시 감정이 아닌 전문성과 객관성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처음 제기될 당시부터 김해공항의 확장은 입지 여건이나 사업비, 공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ADPi가 전문적인 식견을 동원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처방도 제시했겠지만, 앞으로 가다듬어야 할 세부적인 내용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정부와 관련 지자체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김해공항이 영남지역 관광산업,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공항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중(多衆)이 이용하는 공공재(公共財)이기에 편의는 물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건설이 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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