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있는 건물 짓고 싶어"…1억3천만원으로 7인 가족 위한 '용감한 주택' 완공

"집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자존감'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6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인 김현석(39) 준 아키텍츠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저만의 스타일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자존감이 있는 건축물이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젊은 건축가' 3팀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수상자 가운데 김 대표만 유일하게 팀이 아닌 개인으로 참가했다.

심사위원단은 김 대표에 대한 심사평에서 "젊은 건축가가 독립해 맞닥뜨리는 초기 작업의 전형적인 조건인 초저예산이라는 제한상황을 신선한 건축적 해법과 도전적인 건축으로 전환시켰다"면서 "비범한 건축가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이 이렇게 평가한 작품은 그가 지난해 초 경기도 파주에 완공한 '용감한 주택'이다.

3억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부지 매입부터 집짓기까지 해결한, 건축가로서는 용감하다 못해 '무모한' 도전이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처음 건축주 형제를 만났을 때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는 생각에 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건강이 안 좋은 부모님을 모시고 형, 결혼한 동생 부부, 동생 부부의 장모님 등 7명이 한 집에 모여 살았으면 한다는 건축주의 이야기에 이 무모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집 지을 땅을 구입할 비용을 제외하자 남은 예산은 1억3천만원 수준. 결국 연면적 154m2(약 46평) 규모의 집을 짓는 데 배정된 예산은 평당 300만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예산은 많든 적든 어떤 경우에도 쫓기게 된다"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처음 집을 짓는 건축주는 어떤 집을 짓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를 구체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건축주와 계속 소통하면서 진짜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은 밀어붙이고 나머지는 다음을 기약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에는 "함께 꿈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2014년 10월에 시작한 공사는 석 달 만인 이듬해 1월 마무리됐고 공사비 이상의 완성도로 언론에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다른 건축가들이라면 고개를 저었을법한 프로젝트였지만 그는 "다행히 건축주들이랑 소통이 잘됐고 믿고 맡겨주셔서 일이 수월하게 끝났다"며 공을 돌렸다.

'용감한 주택'이 예산 측면에서의 도전이었다면 김 대표가 파주에 지난달 완공한 '흐르는 집'은 설계상에서 도전이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보내는 건축주를 위한 이 집은 사방에 창문을 내고 방과 방을 구분 짓는 벽을 없앤 독특한 구조다.

김 대표는 종일 집에 있는 건축주를 배려해 갑갑함을 느끼지 않도록 집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 경사가 있는 지형 특성에 맞춰 내부 바닥 높낮이에 차이를 둬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눔으로써 '흐르는 공간'을 완성했다.

이 집 역시 평당 410만원에 공사를 끝내 예술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는 '용감한 주택'과 '흐르는 집' 모두 외관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 안에 존엄성이 드러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존엄성을 부여하려고 애쓴 두 건물로 그는 우리나라 미래 건축문화를 선도할 잠재력 있는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거머쥐었다.

'비범한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은 그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건축 리스트에는 거창하고 화려한 건물 대신 학교 건물이 들어 있다.

그는 "상업적인 건물은 상당히 발전했는데 학교는 그대로"라며 "예전에 세종시 쪽 초등학교 건물 설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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