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28일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포함한 ‘20조원+알파(α)’ 규모의 국가 재정보강 방안을 내놨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가용한 방법을 총동원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위축 위험이 커진 하반기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TV와 냉장고 구입 시 가격 10% 할인, 추가 공휴일 지정 등의 방안이 망라됐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 보증금액을 수도권과 광역시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제한한 게 유독 눈에 띈다. 9억원 이상 주택은 아예 보증을 받을 수도 없다. 예고 기간도 없이 7월1일부로 바로 시행이다. 과열 상태인 아파트 분양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엇박자’다. 대책을 보면서 주택 부분만 이상하게 부양이 아닌 긴축, 억제로 방향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수활성화에 역행한다.

걱정이 앞선다. 분양 과열은 정말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경제정책방향 발표 며칠 전 만났던 국토교통부의 고위 관계자는 “천 몇백 가구에 이르는 단지에서 일반 분양은 100가구, 70가구다. 그런데 이 집들의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수백 대 1에 달한다고 과연 과열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양시장에 침투한 단타 투기세력을 색출하려면 불법전매·다운계약·청약통장거래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진행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때는 정부의 중도금 대출규제 방침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관계자가 한 말은 금융당국 위주의 부동산 규제가 탐탁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규제로 주택시장 전체의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경제정책방향 발표일로 돌아가자. 역시 주택정책 주무 당국자의 걱정과 달리 정부는 중도금 대출규제를 확정했다.

다시 몇몇 전문가에게 정부의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도금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잔금을 치를 때 소멸하는 상당히 우량한 대출인데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중도금 대출을 억제하려는 것 같다. 정부가 투기 세력에 의한 시장 교란을 바로잡는 정공법 대신 가계대출 규모 숫자 줄이기에만 집착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이어 “중도금 대출규제로 분양시장이 위축되더라도 투기수요는 단기간에 빠지기 때문에 큰 손해는 없지만 시공사나 시행사는 사업이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도금 대출보증이 어려워지면 시공사의 연대보증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할 텐데, 일부 대기업급 건설사 외의 부채 규모가 큰 상당수는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 좋다. 정부 말대로 만일 시장이 과열이고, 그게 문제라면, 그건 시장을 그렇게 만든 정부 책임이다. 지금까지 공급과잉, 고분양가 논란 등이 지적됐을 때 관리·감독기관은 규제심리 확산을 우려해 팔짱만 끼고 있었다.  

불확실성 투성이인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시달리면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까지 겹쳤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위기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 경제에서 유일하게 돈이 도는 주택 시장마저 싸늘하게 식으면, 그때 짐짓 모르는 척 또 다른 부양책을 내놓을 것인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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